한-호주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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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호주가 FTA에 가서명했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발효되는 FTA이고 양국의 국내총생산은 3조 달러 규모이기 때문에, 또 본인이
현재 호주에서 거주하고 있기도 해서 더욱 관심이 간다. 무엇보다도 한국과 호주는 이상적인 FTA 상대국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이유인즉슨 양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이라는 것이 한국은 IT산업이나 제조업 분야이고 호주같은 경우에는 1차 산업, 서비스업에서 강점을 가진 국가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한국이 호주로부터 수입하는 광물자원, 말하자면 철광석 따위를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그걸로 자동차나 휴대전화같은
완제품을 수출해서 달러를 쌓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양국은 2009년 5월에 협상을 시작했지만 ISD 조항, 말하자면 호주에 대한 투자가
많은 한국으로서는 ISD 조항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에 투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은 호주는 아마 '독소조항'이라고 느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잠정중단되었던 협상이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자유당이 노동당을 이김으로써 분위기가 반전되었고 호주는 협상 조기 타결의 뜻을 전해왔다.
한국이 이를 거부할 이유도 없고 해서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이제 양국의 국회 비준만 차질없이 받는다면 내년 초에 정식 발효될 것이다.
이번 FTA로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될 업종은 자동차인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호주는 일본 자동차가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있고 시내를 돌아다니면
대부분 일본 브랜드들이 도로 위를 누비고있다. 일본 자동차가 아닌 브랜드는 포드나 홀덴 정도이고 현대자동차 그룹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후달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FTA로 자동차에 부과되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면 시장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되지않을까 한다.
그건 그렇고, 지금 호주의 자동차 산업은 무너지고있는 추세이다. 호주 현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던 포드, 홀덴, 도요타가 모두 철수하기 때문이다.
호주 달러의 강세와 높은 인건비, 노동규제 따위가 원인으로 지목되고있는데, 이로써 210억 호주달러에 달하는 산업이 털려나가버리고 5만 명의
근로자들은 '딴 일 알아봐야겠네' 가 될 판국이다. 요즘 호주도 그렇고, 선진국들의 경제도 마냥 좋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한국도 어렵다고 아우성이
자자하지만 그나마 한국은 잘 막고있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무엇보다도 한국의 경우에는 그래도 제조업이 아직까지 살아있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예전부터 줄곧 탄탄한 제조업이야말로 국가경제의 대들보라는 생각을 해오고있었고, 기업인을 홀대하는 국가는 번영할 수 없다.
그래도 호주의 밑천이라고 할 수 있는 광산업의 맷집은 탄탄한 탓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적인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도 호주는
아시아에 대한 수출 푸쉬로 파고를 넘어선 바가 있다. 최근에는 광산붐도 예전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호주는 엄청난 양의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근자에는 유전까지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수익성이 있는 석유가 개발될지는 모르겠지만 원유 추출에 성공한다면 호주 전체가 자급자족을
하고도 남아서 수출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호주와의 FTA가 체결된다면 원자재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써는 싸게
호주산 자원을 수입할 수 있으므로 경제에 도움이 되지않을까 기대하고있는 것이고, 때때로 '이 놈의 나라는 자원이라고는 인적자원 밖에 없다'고
푸념하는 이들이 많은데 한국의 경우에는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한 후에 경유, 등유, 휘발유 따위를 만들어서 되팔고있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이
자원을 가지고 경제대국이 되었나? 인간은 기술력의 존재인 것이지, 국가의 흥망성쇠가 내추럴 리소스에 달린 것은 아니다. 풍부한 자원을 갖고도
거지꼴을 못 면하는 국가가 있는 반면에 천연자원은 빈약하더라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국가가 있으니, 역시 인간이 가장 중요한 자원인 것이다.
반면에 호주와의 FTA 체결로 한국의 농축산업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하리라고 예상 중이다. 물론 정부는 개방 정도가 한미FTA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보수적이고 세이프 가드와 같은 안전장치들도 충분히 구비했다고 이야기는 하고있지만, 쇠고기만 하더라도 수입관세를 매년 2~3%씩 단계적으로 낮춰
15년차에 완전철폐하기로 했다. 현재 40% 수준의 호주산 쇠고기 수입관세가 오는 2030년께는 완전히 사라진다는 의미다. 지금의 농축산업 경쟁력으로
도저히 당해낼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FTA를 체결하고자 할 때마다 농축산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죽는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이것은
협상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의 농정(農政)의 실패라고 본다.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힘들고, 소비자는 세계적으로 값비싼 쇠고기를 먹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규모의 기업영농이 안되는 주된 이유 중에서 하나가 농지 가격의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나 참여정부 들어서 큰 책임이 있는데
부동산가격이 폭등했다고 하지만 농지가격은 주택가격의 두 배 이상으로 뛰어버렸다. 그 땅에서 농사를 지어서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그 위에서 소를 키워도 안 되고, 누군가가 규모의 농업에 베팅하려면 땅을 사거나 임차를 해야되잖아? 이러니 뭘해도 안 되는 것이다.
 
농림부의 존재목적은 무엇인가? 농림부는 우리 국민들에게 양질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기관이다. 그렇게 하기위해서
국가가 농정(農政)을 하는 것이고 농업도 육성하는 것이다. 농림부가 단순히 농민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래서
해산물만 하더라도 전세계 80여 개국에서 수입을 하고있는 것인데, 국내적으로도 유통구조가 굉장히 낙후되어있어서 산지에서 소비자에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마진으로 빠지는 게 태반이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소농들만 계속해서 온존시키는, 농업강국들은 대규모 영농, 기업영농을
하고있는데 한국의 소작농들은 주야장천 호미로 밭이나 갈고있으니 협상력이 생기겠냐? 하물며 일본만 하더라도 미쓰이물산이나 마루베니같은
종합상사들이 전세계 각지에 걸쳐서 보유하고있는 해외농장의 사이즈가 1200만 헥타르가 넘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한국은 현대중공업이 러시아
연해주에 보유하고있는 30만 헥타르가 전부다. 기껏 동부그룹에서 토마토 사업에 베팅하겠노라고 출사표를 던졌더니 그것도 틀어막아놓고
FTA를 할 때마다 농축산업을 보호하고 농민들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그럴 것 같으면 총체적으로 농림부는 문닫는 것이 낫지않겠냐?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FTA를 체결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반색한다. 한국의 제조업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 살아있기 때문에
어떤 나라와 FTA를 하더라도 이익을 보면 이익을 봤지, 손해를 입지는 않으리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같은 경우에는 한국이
당해내기에 벅찬 상대라서 일본 제조업에게 안방을 내어주리라는 우려가 TPP 가입의 반대 사유가 되고있는데, 나는 오히려 일제가 밀려오는
모습을 보고싶다. 이유인즉슨 하다못해 무슨 연필만 하더라도 국산 연필을 사용하다보면 때로는 짜증이 난다고. 그래서 내 필통에 들어있는
문구류들은 거의 대부분 미쓰비시연필이나 펜텔같은 브랜드에서 만든 제품들이다. 국산 문구류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닐 때가 많다.
한국시장에서 약진하고있는 유니클로에 대해서도 잘한다고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유니클로의 성공비결은 상품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과
판매까지 일괄처리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서 원가를 절감하는 혁신시스템에 있다. 말하자면 미꾸라지가 노는 물에 메기라도 집어넣어야
충격을 받고 강해지는 것이지, 말하자면 일제 코끼리밥솥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쿠쿠가 대세가 된 것처럼 강한 라이벌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에 호주에서도 노동당에서 자유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기조나 스탠스가 확연하게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두에 이야기했다시피
호주에 있던 자동차공장이 모두 문을 닫기로 했지만 '어떤 직종의 일자리가 줄어들더라도 다른 직종에서 늘어날 것' 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주요 교역국과의 FTA 체결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최대교역국인 중국에게도 할 말은 다 하고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문제와 관련해서 확실하게 미국, 일본의 편에 서면서 중국이 반발하고있지만 호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있고
일각에서는 호주의 최대교역국인 중국의 경제보복을 우려하고있지만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와 교역하고있는 것' 이라고 말한다.
말이 잠깐 새었다만 여하튼 나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FTA에 대해서 찬성하는 편이니까 호주와의 FTA도 우선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다.
FTA를 단순하게 교역량의 증대 정도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FTA를 레버리지로 삼아서 한국의 경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TPP는 어떻게 되어가고있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 참여국들이 '무임승차는 없다' 라고 말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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