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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심훈 기자]
남편이 외국 근무를 하는 사이 부인이 '가짜 남편'을 내세워 법원에서 협의 이혼을 한 뒤 남편의 전 재산을 가로채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인의 사기행각도 대담하지만 법원도 이 과정에서 감쪽 같이 속아 넘어갔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주재의 한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이모(39) 씨는 지난달 휴가를 받아 귀국했다가 어처구니 없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부인 박 씨가 자신과 함께 법원에 나가 협의이혼을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협의 이혼의 내용은 남편이 부인에게 무려 13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딸의 양육은 남편이 맡는다는 조건이었다.
한국에 있지도 않았던 이 씨가 어떻게 법원에 출석한 것으로 처리돼 있는 지 확인해 봤더니, 부인 박 씨가 '가짜 남편'을 법정에까지 데려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해 10월 가짜 남편과 함께 법원이 지정한 전문위원의 이혼 상담까지 받은 뒤 법정에 출석해 협의 이혼 절차를 마쳤다.
부인 박 씨가 가짜 남편을 대동한데다, 남편이 해외 근무를 나가면서 맡기고 간 신분증과 인감 증명까지 가져오자 법원이 감쪽 같이 속아 넘어간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신분증의 사진과 얼굴을 대조하는 등 통상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쳤는데, 그 사람이 가짜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가능한 한 빨리 이혼을 무효로 해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인 박 씨는 이미 남편의 전 재산을 빼돌린 상태다.
이 씨에 따르면, 부인 박 씨는 전세금 1억 2000만 원과 주식 등 유가증권 4억여 원 어치를 가지고 잠적한 상태다.
지난 13일 부인 이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받은 인천 중부경찰서는 이 씨의 행방을 쫓는 등 수사에 나섰다.
또 남편 박 씨는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계획이다.
simhu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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