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고려인 유기농 콩
얼마 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모국 방문 환영회가 열렸었죠? 가난했던 시절, 돈을 벌기 위해 머나먼 타국으로 떠났던 동포들이
이제는 그들 덕분에 발전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깊은 감회에 젖었다는 후문입니다. 이외에도 전세계에는 수 십만의 동포들이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포들은 정착 과정에서 많은고통을 겪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스탈린 독재 시절 중앙아시아로 쫓겨났던 고려인들의 고생이
특히 심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많은 고려인들이 과거 삶의 터전이었던 연해주로 재이주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이곳에서는 특히 콩 농사가 작황이 좋은데요. <바리의꿈>은 연해주 고려인 동포들과 연계해 이들이 수확한 콩 가공식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착한 사회적기업입니다. 동포들과 함께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는 <바리의꿈> 신명섭 담당자를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바리의꿈> 신명섭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고대 신화 중에 <바리데기 공주>라고 있어요. 옛날 한 임금이 딸만 6명이
있었는데, 또 딸을 낳아 화가 나서 그 막내 딸을 버리게 되죠. 버려진 아이는 어려운 처지에서 생활하며 자라났고, 훗날 임금인 아버지
가 죽을 병에 걸렸다는 소문을 듣게 되죠. 아버지의 병은 어떤 약으로도 고칠 수 없고, 오직 서역서천에 있는 생명수로만 고칠 수가 있
었는데, 이야기를 듣고 바리데기 공주는 홀로 약을 구하기 위해 서역서천으로 떠나게 됩니다. 온갖 고초를 겪은 후 생명수를 구해 자기
를 버린 아버지의 생명을 구한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결말을 맺습니다.
이 이야기가 조국에서 버려진 고려인들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회사 이름을 <바리의꿈>이라고 지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고려
인들이 만든 장이나 콩 가공식품을 취급하는데, 이것을 먹고 건강해지라는 소망도 담았어요. <바리떼기 공주>에 나오는 임금님처럼 말
이죠.
<바리의꿈>은 러시아 연해주에 있는 고려인마을과 연합해 그곳에서 콩 농사를 지어 생산된 매주, 된장, 청국장, 간장 등을 유통하고 있
습니다. 현지에서의 콩 농사는 <동북아평화기금>이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한국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일은 <바리의꿈>이 담당
하고 있어요. <바리의꿈>과 <동북아평화기금>은 하나의 조직입니다. <바리의꿈>은 국내 판매 법인이라고 할 수 있죠.
<연해주 고려인 동포들의 추석 풍경. ‘바리의꿈’은 이들이 만든 콩 가공식품을 판매합니다.>
<바리의꿈>을 설립한 김현동 대표는 1990년 대 말 중국에서 조선족 사기피해자 구제활동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인근
러시아 연해주로 옛날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했던 고려인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매우 어려운 상황이란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쌀을 나눠주는 것으로 고려인 지원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다 2004년 경부터 ‘단순지원활동보다는 자활지원으로 확장하자’고 결심했고, 농업자금대출 받아 콩 농사를 짓고 다양한 장류
제품을 만들어 한국에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약 200헥타르 규모로 유기농 콩을 생산하고 있으며 연해주 순야센의 고향마을
과 우정마을, 아시노부카마을 등지에서 메주, 된장, 청국장 등의 장류를 현지의 고려인들과 생산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는 유기농
식품 인증도 받아 사업에 더욱 탄력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40톤 정도의 유기농 콩을 한국으로 가져와서 유기농두유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콩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한국
의 속초나 동해로 옮겨와 창고에 보관하는데, 물류 편의성을 위해 회사도 동해시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연해주 공동작업장의 고려인 동포들>
장류는 유전자변형(GMO),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100% 유기농 콩을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제조한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더군다나 콩이 재배되는 연해주는 동북아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으로 손꼽히며, 휴경과 윤작을 통해 자연 유기농 생산이 가능한 지역
입니다. 그만큼 안심하고 드실 수 있고, 건강에도 좋은 식품인 셈이죠.
최근에는 <이로운아침>이라는 브랜드로 유기농 두유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우리 두유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주부, 임산부 등 주요 소
비자가 참여했고, 무엇보다 연해주 고려인 농민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좋은 제품이기도 합니다. 부디 많이 애
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해주 아시노프카 매주공동작업장에서 매주가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
<최근 새롭게 출시한 유기농 두유 ‘이로운아침’>
<바리의꿈>으로 인해, 무엇보다 연해주 현지에서 고려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의미가 큽니다. 이런 공정
무역의 의미 때문에 노동부와 강원도청에서 사회적기업 사업화자금 지원을 3년 째 받고 있는데요. 홍보물이나 선물 포장재 등을 제작
할 때 지원금을 알차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GMO를 반대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어 유기농 콩을
생산하는데 좋은 환경을 제공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적인 측면 이외에도 경기도교육청 등 한국의 교육기관과 연계해 고려인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한글과 민족문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이 고려인 러시아 이주 1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러시아 고려인 단체들과 협력해 150주년기념사업
회를 올해 안에 한국에서 출범시키기 위해 관련 기관과 단체들을 조직하는 중입니다.
<드넓게 펼쳐진 연해주의 콩밭. 봄/가을의 모습입니다.>
청국장 관련 제품은 출시한 지 4-5년 되다 보니, 꾸준히 구매하시는 매니아 층이 형성되어 있어 안정적인 매출을 거두고 있습니다.
된장은 출시한지 얼마 안돼 아직 고객을 많이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앞서 말씀 드린 두유는 <이로운아침>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한 지 3주 정도 되었는데, 두유를 자주 드시는 주부나 임산부들로부터 좋
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다른 두유에 비해 매우 고소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외에도 홈쇼핑을 통해 저희 브랜드가 소개된 적도
있고 방송을 통해 홍보가 많이 되었습니다. 품질에는 자신이 있으니 이왕이면 저희 <바리의꿈>을 많이 애용해 주세요.
<’바리의꿈’ 스테디셀러인 청국장>
이번 지원사업에 선정된 다른 사회적기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무래도 자금지원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건비나 물류비,
그리고 상품개발비 등등 회사를 운영하는데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자생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금전적인 지원이 절
실하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KAIST 비즈니스 스쿨을 통해 사회적기업과 경영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한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업의 당위성이라든가 비전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어요.
다만 사회적기업이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으나, 체계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기는 현실적
으로 정말 어렵습니다. 마케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판로개척을 위한 거래처 연계나 소개 같은
식으로 지원이 된다면 더욱 좋고요.
앞으로 콩 가공식품의 종류를 더욱 늘릴 예정입니다. 지금은 메주나 메주가루, 된장, 청국장, 두유 등이 있지만 앞으로는 콩기름이나
콩국수국물, 두부 등으로 품목을 늘릴 예정입니다. 콩으로 만드는 모든 가공식품을 <바리의꿈>이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이 목표예요.
그리고 직원과 출자자의 뜻을 모아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연해주와 중국 동북 3성, 일본 서해를 하나로 잇는
‘환동해 동북아 협동조합’이라고 할까요. 과거 일제의 폭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흩어졌던 동북아 동포들이 교류하고 상생하는 장
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꿈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바리의꿈>이 더욱 성장해야 하고, 소비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동북아의 꿈’을 위해 저희 <바리의꿈>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콩밭 사이로 시베리아횡단열차가 지나갑니다.>
콩이 몸에 좋은 완전식품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계실 겁니다. 우리 동포의 손으로 수확한 연해주 콩으로 만든 <바리의꿈> 식품
들은 우리에게는 건강을, 고려인 동포들에게는 행복을 안겨주는 착한 아이템이 아닐까요? <바리의꿈>이 더욱 성장해 동북아 동포들
을 잇는 징검다리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더욱 관심을 가져 주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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