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20년 찬사에 취했나
부산영화제는 영화제 '최대 주주'인 부산시의 우려에도 세월호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했다.
당시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다이빙벨'이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품"이라며 상영 취소를 요청했지만 영화제 측은 이 다큐멘터리를 예정대로 상영했다.
이후 부산시가 지도점검에 나섰고, 20년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부산영화제의 관행이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해 영화제 예산의 121억5천만원 가운데 시예산과 중앙정부 지원금이 75억1천만원에 달한다. 이를 근거로 부산시가 최근 4년간 영화제 운영에 관해 지도점검을 벌인 것이다.
그 결과 '관행'이라는 이유로 벌어진 영화제 조직위 운영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부산영화제는 직원을 채용하면서 공개경쟁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전문위원을 부적절하게 고용했다가 시 점검에서 지적받았다.
전문성과 경험을 선발 기준에 포함해야 하는 영화제 조직의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투명해야 할 직원 채용절차가 거의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또 서울사무소에 근무해야 할 직원이 한 달에 20일을 부산에 내려와 있으면서 출장비를 받았고, 어떤 직원은 '품위유지비'라는 명목으로 부적절한 수당을 받기도 했다.
한 간부는 특정 영화 촬영장 스태프에게 영화제 예산으로 몇백만원어치 밥을 사기도 했다.
초대한 영화제 손님이 개인 사정으로 부산을 찾지 않으면 조직위는 당연히 객실 예약을 취소해 손실을 줄여야 하는데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 위약금을 고스란히 물어주기도 했다.
일부 점검 내용은 2011년에도 지적된 사안이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감사원에서도 영화제 조직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논란에 영진위 지원금 삭감
이 과정에서 부산시가 지도점검 결과를 토대로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영화제 측은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한 데 대한 보복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당시 조직위는 "지도점검에서 나온 문제점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으라는 공식적인 요구를 받은 바 없으며, 지도점검의 후속조치가 예년과 달라 그 배경에 의문이 든다"며 시와 정면 대결하는 듯했다.
국내 영화계도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외국 영화인들도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며 지원사격을 벌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해 4월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부산영화제에 주던 지원금을 반토막 내면서 논란은 더 거세졌다.
영진위는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 영화제에 지원금을 주는데 부산영화제를 최우수 영화제로 선정하고도 지난해(14억6천만원)의 절반가량인 8억원만 지원하겠다고 결정했다.
당연히 영화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고, 여야 정치권까지 나서 조정을 시도했다.
급기야 올해 칸 영화제에서는 국내외 영화인을 초청하는 행사를 영진위와 부산영화제가 7년 만에 따로 개최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갈등 미봉
부산시와 부산영화제의 갈등은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이 위원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공동집행위원장제를 제안, 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외형상으로는 수면 아래로 갈아 앉았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부산영화제 조직위는 올해 7월 배우 강수연씨를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취임 이후 "국제영화제는 어떠한 정치 성향도, 어떤 자본의 논리도, 어떤 시장에도 타협하지 않아야 좋은 영화제라고 생각한다"며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제 스스로 투명성을 확보하고 중앙·지방 정부의 재정적 지원금을 줄이지 않는 한 독립성 시비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어 체질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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