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
21세기 세계중심질서,
미국을 통해서 본 중국의 미래
21세기를 맞이하여 세계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의 축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에서 이긴 후 정치, 경제, 군사, 문화에서 세계 제일의 압도적 중심질서가 되었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더 이상 미국 천하가 아니다. 구소련 붕괴 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였던 세계는 2008년 금융환란 후, 특히 경제질서에서 중국과 미국의 양강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며,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개혁개방 이래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의 패권에 도전, 소련을 대신하여 서방세계에 대한 도전을 구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선 미국의 성장사(成長史)를 살펴보면 그 본질에 있어서의 유사성으로 중국의 미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제국의 탄생과 영토 확장, 분열과 내전 (미국 1776~1865/중국 1911~1949)
미국은 1776년 독립전쟁에 승리하여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룬 이래 1861년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100여 년간 영토를 확장했다. 동부 13개주로 시작하여 1803년 나폴레옹이 유럽전쟁을 벌일 당시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현재의 미국 중부지역 전체에 해당)를 매입하여 중부시대를 개창했다. 1846~48년간 벌어진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 네바다를 획득하여 서부시대가 열렸다. 1861~65년에는 남북전쟁을 치르며 북군과 남군으로 분열되어 있었고, 데이비스가 이끄는 남부 연방은 일부 유럽 국가로부터 하나의 국가로 승인을 받는 등 5년간 독립국을 유지했으므로 적어도 전쟁 기간 중에는 분단 상황이 지속되었다. 링컨이 국부인 워싱턴 이상으로 추앙을 받는 것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통일국가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중국(국민당)은 1911년 쑨원의 신해혁명으로 봉건시대를 마감하고 공화정을 열었다. 1924~27년 제1차 국공합작이 결렬된 후 1928년 북벌을 진행하여 세력을 북으로 확장했고, 1937년~45년 제2차 국공합작 시기를 제외한 1928~37년과 1947~49년까지 국공내전을 치르며 공산당과 국민당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국민당은 국공합작을 주도하는 등 초기에는 우세를 보였으나 결국 국민당 정권 수뇌부의 부정부패로 공산당에게 본토를 내어주고 대만으로 패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통일과 산업화 (미국 1866~1913/중국 1949~2020)
미국은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난 후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여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전했던 1800년대 말에 산업화를 완료했다. 1901~13년 시기는 세계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후 문화대혁명으로 일시 단절되기는 했지만 1978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개혁개방을 통해 산업화를 추진했다.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서방의 본격적인 신뢰를 획득하여 단기간에 대규모 실질 투자가 이루어졌고, 2020년까지는 고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제조대국의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 된다.
세계무대로의 본격적인 등장(미국 1914~1945/중국 2021~2050)
미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제1~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며 세계무대에 진출했지만 당시 세계질서는 한 국가에 의한 일방 독주가 아니라 G5가 세력균형을 이루며 다극화 되었던 시기로 미국 역시 한 축을 담당했다.
1914~18년, 1941~45년까지 양차 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은 제조업의 활황을 바탕으로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는 등 제조대국의 위치를 확립했으며 영국의 금본위제 폐지로 달러화가 세계 금융패권을 장악하는 직전 단계에 진입했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세계질서의 중심은 영국이었고 세계의 통화는 파운드화였으나 양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경제 체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쉽게 세계 금융패권을 장악한 미국은 달러화를 새로운 기축통화로, 1944년 ‘브레튼우드 시스템(Brettonwoods System)’을 성립시켰다. ‘브레튼우드 시스템’이란 미국 뉴햄프셔의 브레튼우드라는 별장에서 만들어낸 세계경제 체제로 고정환율제가 그 기본이다. 세계의 통화를 달러화에 맞춰 환율을 고정시킴으로써 국제환율시장의 안정과 무역의 변동성을 최소화해서 세계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킨다는 요지의 경제시스템이다.
결과적으로 브레튼우드 시스템은 미국이 세계의 금융패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했으며 ‘팍스 아메리카나’의 상징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그때부터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환본위제를 폐지하기까지 약 30년 가까이 세계경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미국은 장기간에 걸쳐 베트남 전을 치르면서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1971년 금환본위제를 폐지하고 변동환율제로 전환했다. 또한 1980년대 신흥제조강국으로 떠오른 일본에게 제조대국의 지위마저 넘겨주고 말았다.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를 평가절상함으로써 달러화의 안정을 꾀했지만, 달러를 중심으로 한 국제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해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게 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2008년 금융환란 이후 달러화는 더욱 강해졌는데, 이것은 신뢰할 수 있는 통화는 역시 달러뿐이라는 인식이 확대된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2021년부터 2050년에 해당되는 시기로 제조대국의 입지를 활용하여 금융대국, 과학기술대국, 군수대국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유일한 기축통화인 달러화에 도전장을 던지고, 세계 IB 시장의 주요 행위자로서 다국적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상당 규모의 주식 배당 소득을 올리고, 첨단 기술영역에서 지적소유권을 보유하여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거두고, 무기 수출을 통해 엄청난 이윤을 남기면서, 궁극적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률 8%, 미국의 경제 성장률 3%를 전제로 2040년에는 중국의 GDP 총액이 미국과 대등하게 되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양극화 체재의 도래 (미국 1946~1991/중국 2051~2099)
미국은 미소 두 진영으로 양극화되었던 냉전시기인 1946-91년까지 세계 GDP의 40% 전후를 차지하고 핵을 통한 힘의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면서 서방 진영을 선도했고, 1991년에는 구소련의 해체로 1992년 일방독주체제를 형성하여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맞이했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위해 1980년대 ‘별들의 전쟁(Arms Race)'에 소련을 끌어들여 군비경쟁을 벌인 결과 허약한 사회주의 계획 경제 체제를 붕괴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이 군비경쟁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보기술의 집약체인 군수산업 분야에서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며, 그 결과 1991년에 소련의 해체와 함께 기존의 산업시대를 대체하는 ’정보기술시대‘를 자신 있게 선도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은 2051년부터 2099년까지 대립과 갈등의 시대에 살 수밖에 없다. 국제적으로는 군사적인 충돌, 국내적으로는 정치사회적인 갈등과 같은 엄청난 도전에 직면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경제대국이 되면 통상 마찰은 자주 일어나고, 최악의 경우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현재 세계의 군사질서를 지배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연간 6,000억 달러 이상으로, 연간 800억 달러인 중국을 포함하여 주요국가의 국방예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미국과의 충돌이 현실이라면 중국으로서는 군수산업 분야 경쟁력 강화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50년 경 중국은 연평균 8% 경제 성장률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1인당 GDP가 25,000달러 이상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정치사회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가지게 될 것이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로 법치가 우선시되는 나라이다. 법치의 장점은 원칙주의, 합리성, 예측가능성, 조직 및 인사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것이고, 입법, 사법, 행정의 ‘3권 분립’ 및 ‘견제와 균형’을 통해 부패구조를 일소하고 국가의 번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인치가 우선시되는 나라이다. 인치국가에서는 권력이 소수의 특권층에게 집중되어 정권의 투명성이 확보되기 어려워 부정부패가 만연할 수 있고 대체로 법치의 장점이 결여되어 있는 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여전히 중국전통의 봉건왕조적인 의식의 개혁이 있어야 한다. 상명하달식의 일방적인 계획통제 체제는 개발과 성장과정에서는 일사불란한 효율성을 가질 수 있지만 결코 선진화에는 이르지 못한다.
경제대국의 꿈을 이룬 후 군사적 충돌, 정치사회적 갈등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게 되면 2100년 경 팍스 시니카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미국이 구소련의 해체로 일극화 체제를 형성하여 팍스 아메리카나를 맞이한 1992년부터 현재까지의 시기에 해당된다.
‘중화(中華)’는 세계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중국은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중원의 지배자가 되고자 했다. 뿌리 깊은 역사적 전통과 우월주의는 그들의 DNA가 되었다. 그들은 마침내 패권을 차지하고 세계의 중심이 되고자 할 것이며 그럴 만한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렇지만 초강대국의 기본조건인 제조대국에서 도약하여 금융대국, 과학기술대국, 군수대국이 되려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고 보다 풍부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정말 많이 발전했다. 중국은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았던 지난 200년 동안의 수렁에서 놀랍게도 빠져나왔고, 거의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믿고 해낸 중국의 근성이 놀랍다. 더구나 지금 중국이 경험하는 변화의 핵심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는 데 있다. 앞으로도 중국의 변화를 예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쑨원이 미국, 유럽 등을 전전하며 혁명 자금을 모으던 중 시절 소련 볼셰비키 파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이때 이들이 쑨원에게 위로랍시고 '중국도 백 년 안에는 공화정이 세워지지 않겠냐'는 말을 건넸다. 그런데 그 몇 년 후 신해혁명이 일어났다. 당시 가장 급진적인 세력이었던 볼셰비키도 중국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중국의 예측 불가능성은 역사적으로 전통이 깊다.
중국의 변화는 이런 예측불가능성으로부터 나온다. 더구나 그것은 중국이 세계로 던지는 충격의 본질이다. 앞으로도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중국을 잘 지켜봐야 혼란에 대비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은 미국과 맞서 초강대국으로서의 패권을 차지하고 세계의 중심이 되려는 집요한 노력을 절대로 멈추지 않겠지만, 어쩌면 그들이 예상하는 목표달성 시기보다 훨씬 더 많은 세월이 필요할지, 아니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지 그것 또한 예측 불가능하다. 그 예측 불가능함에 세계 2대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위상이 그려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21세기 세계중심질서, 미국을 통해서 본 중국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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