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해외 출장은 늘 '외유(外遊)' 논란
국회의원의 해외 출장은 늘 '외유(外遊)' 논란과 맞닿아 있다. 외교 활동과 의정 활동을 펼치는 목적이 앞서고 실제 국익에 보탬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늘 이들의 출장이 입길에 오르는 이유는 두루뭉술한 목적, 취지와 맞지 않는 관광지 시찰, 상식 이상의 막대한 비용 등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국회 일정과 아랑곳없이 한여름과 연말연시 등 휴가철에 주로 이뤄지는 것 역시 외유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특히 최근 내수활성화를 위해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하는 마당에 국민 세금으로 해외행을 고집하는 의원들의 반복되는 행태에 국민들은 '체념' 수준에 이르렀다. 국민들 사이에선 "해외여행 가고 싶으면 자기들 돈으로 가라"는 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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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사진=머니투데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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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실제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 중 상당수는 국정감사를 앞둔 9월 이전의 여름철과 연말 국회를 마친 1월 중에 상당수가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김정록·전하진·염동열·김도읍·윤영석(새누리) 의원은 지난 1월 14~22일 핀란드·노르웨이·미국을 잇따라 방문하며 총 8박9일 동안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핀란드 의회의 미래위원회·미래연구소, 미국 의회의 미래전략 연구기관을 방문, 미국 의회의 현안 관련 협의·조정기구 등 운영제도 등이 내세운 목적이었다. 자그마치 총 1억1000만여원의 경비가 소요됐다.
정무위원회 소속 정우택·김태환·유일호(새누리당)·이종걸(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월 17~24일까지 체코와 폴란드, 독일 등을 순방했다. 유럽 의회의 금융정책 관련 상임위원회와의 정보 경험 공유, 방문국 금융감독체계 현황 조사 등이 목적이었다. 다만 방문길에 바르샤바 시가지 시찰과 게토 영웅 기념비 시찰, 포츠담 회담 기념비 방문 등의 '관광' 성격 일정은 빠지지 않았다. 5500여만원이 집행됐다.
매년 12월 31일을 넘기던 새해 예산 처리가 조금 빨라진 덕분일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신성범·이상일(새누리)·설훈·김태년(새정치)·정진후(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19~25일 크리스마스 연휴에 즈음해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를 다녀왔다. 한국 이탈리아 수교 130주년, 한국 크로아티아 문화교류와 태권도 진흥 시찰 등이 목적이었다. 5400여만원이 집행됐다.
여름 휴가철을 이용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정두언·길정우(새누리당)김동철·박완주(새정치) 의원은 지난해 8월 6~13일 덴마크와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새계 최대 해상풍력단지와 해상프랫폼, 상업용 탱크터미널 등 선진 기술 시찰이 목적이었지만, 이 지역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인 풍차마을 '시찰'도 빼놓지 않았다. 소요 비용은 4800만여원이었다.
외교통일위원회 김영우·원유철(새누리)·문희상(새정치) 의원 역시 무더웠던 지난해 8월 7~14일 스위스와 모로코, 독일을 다녀왔다. 스위스와 모로코, 독일간의 상호 우호협력 증진 방안 모색이 목적이었다. 다만 일정 중 하루는 베를린 장벽 박물관 시찰을 진행했다. 소요 예산은 4400여만원이었다.
국회 내부에선 외부의 따가운 시선에 대한 항변의 목소리도 많다. 국회의원 한 보좌진은 "실제 방문 취지의 활동이 대부분인데 '동선'과 '여유시간'에 맞춰 잠시 스쳐가는 관광 성격의 일정을 하나하나 문제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출장 결과에 대한 보고가 미흡하고, 경비의 내역마저 세부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등 '불투명'한 현재 국회의 해외 출장 현실은 이 같은 항변은 국민 눈높이와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47)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 세금은 악착같이 뜯어가면서 그 돈으로 별 명분도 없는 외유를 다녀온다는 사실 자체가 한심하다"며 "그렇게 가고 싶으면 자기들 돈으로 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내수활성화를 이유로 국민들에겐 정부가 '국내 여행'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마당에 국회의 해외출장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다행히도 올해는 8월 임시국회 등의 일정으로 인해 비교적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적은 편"이라며 "또 다른 외유 시즌인 연말연시에도 과연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는 두고 볼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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