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이민제는 걱정거리
저출산과 함께 고령화 현상은 생산 가능 인구를 줄이고 소비를 위축시켜서 경제성장을 하락시킨다.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서는 저출산 및 고령화에 따른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유입을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삼고 있다. 본 글은 중장기적으로 경제활동 인구를 적절하게 유지시키기 위한 이민제도 중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개념과 현황, 문제점을 살펴본 뒤 개선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투자이민제는 투자와 이민을 결합한 제도로 특정한 투자대상에 일정한 투자금액을 일정한 기간 동안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투자대상국의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시행중인 투자이민제도는 2010년 2월 1일 도입된 부동산 투자이민제와 2013년 5월 27일 도입된 공익사업 투자이민제가 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법무부 장관이 고시한 투자지역(평창, 인천, 여수, 부산, 제주)에 있는 휴양콘도미니엄, 호텔(일반숙박시설), 별장, 관광펜션, 골프콘도, 미분양아파트(다만 골프콘도와 미분양아파트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 한해 적용)에 일정금액을 투자하면 투자자와 동반가족에게 거주(F-2) 자격을 부여한다. 거주(F-2) 자격을 부여 받은 투자자는 5년간 투자 유지 시 영주(F-5)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국내시장에서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2014년 9월 기준으로 총 9,775억 원의 투자 실적을 거두었다. 구체적으로 제주지역의 실적이 9,770억원(1,462건), 춘천지역의 실적이 5억원(1건)을 차지한다. 법무부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통해 1,357억 원의 세수증대 효과를 거두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2014년 9월에는 시범적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의 투자대상을 미분양 아파트까지 확대하면서 인천지역의 미분양 주택 소진에도 탄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이민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중국인에 의한 제주도 토지 잠식, 부동산 투자 과열, 지역주민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반감, 난개발 문제 등을 우려한다. 이들은 중국인 소유의 제주도 땅이 2009년 2만㎡에서 지난해 말 834만㎡로 5년 새 417배나 증가하였고,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로 부동산 가격이 과열되어 현재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중단된 홍콩의 경우와 같은 현상을 우려하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대표적인 걱정거리 중 하나는 제주도 지역의 중국인 토지잠식 문제이다. 중국인들이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통해 제주도 토지를 사들이고 있어 제주도가 중국인들에게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소유 토지가 제주도 전체 토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되며,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토지는 2014년 6월말 기준으로 0.32%로 미미한 수준이다.
다음으로 부동산 투자이민제로 부동산 가격이 과열되어 현재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중단된 홍콩의 경우와 같은 현상을 발생할까? 홍콩은 2003년 10월 홍콩의 인구고령화 문제의 방안으로 이민을 유도함으로써 경제활동 인구를 증가시키고 해외자본의 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투자이민제도를 도입하였다. 홍콩 정부는 부동산, 채권 등 모든 산업에 HK$650를 투자하면 홍콩 영주권을 부여하는 부양책을 사용하여 약 10조 5,600억원을 유치하였다. 그러나 홍콩 부동산의 가격 상승 현상이 나타나 2010년에 투자금액을 HK$1,000만으로 상향 조정하였고 2010년에는 부동산 투자이민을 일시 중단한 상태이다. 홍콩의 투자이민은 모든 부동산(상업, 산업, 주거용 등)이 투자대상이었다. 2003년 10월부터 2013년 6월 30일까지의 투자액 HK$1,478억 중 부동산에 투자된 금액이 HK$424억으로 전체 투자액의 28.7%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HK$650만 상당의 주택 구입으로 홍콩 이민이 가능해 자녀의 홍콩 국적 취득을 위해서 부동산을 장만하는 중국인이 급증함에 따라 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 2003년 SARS 여파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과열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홍콩과 여건이 다르다. 홍콩은 국제적 교류가 활발하여 언어나 문화적 이점이 강한 나라인 반면 우리나라는 언어나 문화적 측면에서 홍콩과는 다르기 때문에 홍콩과 같이 외국인 투자유치로 인한 부동산가격급등 현상은 제한적일 것이다. 홍콩의 사례에서 우리는 투자이민 제도가 2008년 금융위기로 급격히 위축된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킨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눈 여겨 봐야 한다.
일정한 개방이 이루어져야만 해외자본을 유치하고 생산가능인구 및 고급인력을 확충하고 고용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부작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제도의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제도를 수정·보완하면 된다. 필자는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 다음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행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법무부장관의 고시·지정에 따라 정해진 지역에 한해 투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투자지역이 아닌 곳에는 투자할 수 없고, 이로 인해 특정 지역의 투자 쏠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투자지역의 유연성 및 범용성 확보가 가능하도록 표준화된 투자 대상지역의 기준을 정립하여 외국인 투자자에게 투자에 대한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주고 낙후된 지역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투자지역의 설정기준은 주민등록 인구기준 2만명 이하인 지역, 지역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이하인 지역, 65세 인구 비중이 25% 이상인 지역을 고려할 수 있으며, 이들의 지역은 투자금액을 완화하여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통하여 영주권을 얻은 뒤, 매입한 부동산을 매각하여도 영주권은 유지된다. 따라서 투자 외국인이 영주권과 투자 차익만 챙기는 먹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먹튀 문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은 말레이시아 투자이민제도(MM2H: Malaysia My Second Home)의 예치금 제도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MM2H는 말레이시아에 투자하는 재정적으로 안정된 외국인을 대상에게 출·입국이 자유롭고 거주기한의 의무는 연장 가능한 10년의 방문 비자를 제공하는 제도로, 50세를 기준으로 투자 기준 금액이 나뉜다. 50세 미만 투자자의 경우는 비자 신청시, 현금, 유가증권 등이 RM 500,000(약 1억 6천만원) 이상, 월소득 RM10,000(약 3백 2십만원) 이상의 재정증명이 필요하다. 반면 50세 이상 투자자는 비자 신청 시, 현금, 유가증권 등 잔고 RM350,000(약 1억 1천 2백만원) 이상, 월소득(연금 RM 10,000(약 3백 2십만원)이상의 재정증명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의 투자이민제도에서 특징적인 것은 고정 예치금 제도로 50세 미만 투자자는 비자 기간 동안 RM150,000(약 4천 8백만원)을 말레이시아 자국 내 금융기관에 예치하여야 하고, 50세 이상 투자자는 비자 기간 동안 RM100,000(약 3천 2백만원)의 고정예치금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투자이민제에 예치금 제도를 도입할 경우, 외국인이 국내에 거주하는 한 고정 예치금액은 인출할 수 없기 때문에 영주권만 획득하고 투자금액을 회수해버리는 먹튀 문제를 해소 할 수 있다. 더불어 고정 예치금 제도는 예치금을 활용하여 국내 내수 경기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
끝으로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통하여 고용창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투자기간 동안 투자금액 유지와 함께 고용조건을 추가하여 지역경제에 편익이 환류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에 대한 중장기적인 경제정책이 될 수 있도록 현재 한시적으로 운용되어 2018년 일몰될 예정인 제도시행기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건국대 부동산 도시연구원
건국대학교 부동산·도시연구원 연구원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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