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사, 용문석굴, 향산사, 관우묘 구경
오르막 정상 부근에 텐트를 치다
▲ 날이 어두워져서 자전거를 세우지도 못하고 황급히 텐트를 세운다.
▲ 다음날 아침 일어나 바로 프라이를 걷고 나니 아차 사진! 걷은 채로 찍었다.
링바오 시의 ‘호가(好家 best home) 주점’을 나와 G310번 국도를 따라 낙양으로 달린다. 편안했던 기억은 주점을 나서는 순간 묻어버린다. 오늘은 오늘일 뿐이다. 기어의 콘트롤이 자유로우니 괜히 자전거가 더 잘 나가는 것 같다. 하지만 오르막 앞에선 그 어떤 것도 필요 없다. 오로지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는 것, 힘과 근육의 수고로움이 오르막을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삼문협(三門峽 산먼시아)시를 눈앞에 두고 식당으로 들어가 사진을 보여주고 밥을 주문했다. 반찬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두부 하나가 나왔다. ‘심봤다’보단 좀 짰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었다. 10원을 달란다. 두부 반찬의 이름은 ‘토푸’란다. 두부 요리의 중국어 발음일 건 분명한데 내가 다른 집에 가서 ‘토푸’하면 알아듣질 못해서 딴 게 나올 확률이 있는 거지. 하하. 탱큐.
이날은 무지 더웠다. 가는 곳마다 찬물을 찾았으나 냉장고가 없는 슈퍼도 있었다. 그늘이 나오면 쉬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오후 3시부터는 도로의 절반을 막아 놓고 도로의 덧포장 공사를 하는 구간이 나타났다. 가뜩이나 좁은 도로가 절반으로 줄었으니 혼잡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차의 거의 전부가 발동기를 단 삼륜차이거나 3~40 톤의 대형 카고 트럭들이었다. 좁은 오르막길을 무서워서 도저히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사를 한다면 1~2Km나 길어봐야 3~4km면 끝나겠지 했는데 30km를 달려도 도무지 공사구간이 끝나지를 않았다. 삼문협시를 지나 계속 달린다.
▲ 이렇게 반은 막아 둔 길이 3~40km가 이어진다. 반쪽은 한 뼘 정도 높아 올라가지도 못한다.
▲ 대형 화물차들
끝없는 오르막을 삘삘거리며 올라가는 대형 화물차의 엔진 소음, 그보다 열 배는 더 힘센 것처럼 굉음을 내는 소형 삼륜차의 엔진소음과 함께 덤으로 시커먼 매연과 함께 뿜어대는 배기가스를 무지 마셨다. 대형 화물차가 교행할 때는 한쪽 바퀴가 거의 하수구와 도로의 경계 위를 곡예하듯이 지나가는 것이었다.
거기에다 앞에서 알짱거리며 절대 비켜주지 않는 전기 오토바이들, 물론 대형 화물차만 차이겠냐마는 그런 대형차를 몰고 꾸준히 인내하며 올라가는 운전기사들을 보노라면 그 노고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거기에 나까지 끼어들어 낑낑거리며 올라갈 때는 대형도 도리 없이 나를 피해 차례대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었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다 앞을 보면 고개 마루 정상이 보이고 정상은 확 트여 있다. 흠~ 드디어 저기가 최정상이군, 하고 올라가면 고개 마루가 휘어지면서 다음 정상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몇 번을 속고 나니 이제 정상처럼 보이는 고개가 나타나면 미워지는 것이었다. 저 놈이 또 나를 속이려 하는구나.
다섯시간을 끌바를 하고 나니 체력도 한계점에 다다랐다. 날도 어두워 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숙박할 곳을 찾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맞겠어. 고개도 어디가 정상일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설사 정상이라 하더라도 내리막을 타고 내려가면 짠~~~ 하고 도시가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내 나름의 결론은 '아니다'였다.
텐트 치기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서 어두워지기 전에 급히 텐트를 쳤다. 도로가 바로 옆이었지만 돌무더기가 있어 텐트가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근데 치고 보니 나는 기찻길과 도로 중앙에 누운 꼴이었다. 이 높은 지대에 기차가? 고도계를 보니 640m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기차가 한 번씩 지나가며 기적을 울렸고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곳이었다. 그러나 텐트 속으로 들어가니 세상없이 좋았다.
90km를 탔다. 육포하나 뜯고 빵 하나 먹고 물 마시고 그대로 떡 실신. 한밤에 오줌을 누기 위해 텐트 밖으로 나오니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그래, 우주는 하나로군.
2015. 5. 14. 목요일
수고하였다, 내 다리야
간밤에 비가 온 모양이었다. 텐트 안이 눅눅하다. 침낭이 조금 젖었다. 얼리리오? 텐트가 새나? 텐트를 살펴봐도 새는 곳은 없다. 그렇다면 텐트 대문을 잘 단속하지 않았더니 거기로 비가 들어 온 모양이었다. 텐트 걷고 또 육포 하나 뜯고 빵 한 개 먹고 출발, 다시 끌바를 시작했다.
이젠 고된 것은 둘째고 이게 대체 어디까지 오르막인가가 더 궁금해진다. 3km쯤 가자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5km쯤 가니 다시 오르막이다. 낙양까지 남은 거리는 이정표는 64km라는데 ‘바이두’는 96km라고 한다.
그렇다면 ‘바이두’가 맞다는 것이 내 판단이었다. 왜냐하면 ‘바이두’는 내가 찾는 롱먼 유스호스텔 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것이다. 낙양시에서도 내가 들어가는 낙양시의 입구에서 반대편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판단이야 어떻든 나는 달려야 한다.
이마시에 들어오니 오전을 넘겼다. 겨우30km를 탔을 뿐이다. 길거리에서 파는 닭다리 두 개를 20원에 샀다. 점심으로 한 개를 뜯고 나머지는 저녁에 먹을 것이다. 중국은 닭다리는 하나로도 한 끼가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나는 알고 있는 것이다.
 
▲ 이마시 시장에서 닭다리를 사서 길 옆에 앉아 점심으로 한 개를 먹는다. 중국인 운전수가
옆에 와서 이것저것 묻기에 처음에는 대응을 했으나 길어지기에 한국말만 했더니 가버린다.
낙양시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도보 여행자를 만났다. 젊은 청년이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내가 쉬고 있는 앞을 지나가기에 불러서 육포 하나와 쵸콜렛을 건네며 물도 좀 먹고 가라고 해도 한사코 사양이다. 말이 안 통하니 어째? 그 녀석 참, 앞뒤가 꽉이네. 그래 너 좋을 대로 하려무나.
요즘은 ‘바이두’를 아예 끄고 다닌다. 갈림길이 나오면 잠시 켰다가 다시 끈다. 그러나 대도시에선 ‘바이두’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그런데 ‘바이두’에는 자전거 길이 없다.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나와 있어서 자전거 여행자는 그 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낙양시내에 들어와서 호스텔을 코앞에 두고 ‘바이두’는 식물원 길을 통과하라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식물원은 자전거는 통행금지다. 체력도 바닥인데 나는 당황했다. 경비들이 말이 통할 리가 없다. 그래서 통할만 한 여학생일 것 같은 여자에게 길을 물었는데 얘가 영어를 아주 잘한다. 흠~~ 영어권에서 유학을 했군. 이젠 내가 답답해질 차례다.
야 임마, 본론만 얘기해. 쓸데없는 말 말고. 근데 얘는 무조건 미안하단다. 자기는 모른단다. ‘바이두’를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괘씸, 그래 모르면 할 수 없지, 근데 뒤에서 얘의 아버지가 나를 부른다. ‘바이두’를 보여주니까. 식물원 뒤편 동문으로 가란다. 그렇게 해서 찾은 롱먼 유스호스텔은 4명이 자는 도미토리가 45원을 달란다. 호스텔의 여직원은 얘기를 하다가 도미토리가 뭔지 몰라 당황했다. 어라? 이건 또 뭐야? 옆에 있던 서양아이가 통역한다, ‘쉐어’ 룸을 이야기하는 거야. 이러니 말이란 게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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