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유스호스텔
자전거 중국여행 제15보[2015.04.29.~04.30. 수목]
▲ 시앙지먼 유스호스텔의 레스토랑. 여길 지나면 카운터와 객실이 있다.
노동절·할리데이(holiday), 숙박료가 배로 뛰다
휴식도 아니고 갇혀 있다는 느낌은 별로다. 배송 추적을 해보니 물건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서 통관절차를 밟는다나? 베이징에서 또 여기까지가 어디냐? 거기서 또 시앙지먼 유스호스텔로 오는 데에 시간이 걸리겠지.
아침에 로비에 나갔더니 꼬마 직원 아가씨가 지금부터 할리데이(노동절)라 요금이 아마 배쯤 올라갈 것이란 밥맛 없는 말을 전했다. 배쯤이라면 300원이다.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군. 더구나 나는 물건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몸이다. 평소 같으면 떠나면 그만이지만 물건을 받으려면 멀리가지도 못하고 근처에 있어야 한다. 오후 늦게까지 아무 말이 없기에 그냥 넘어가나 했는데 매니저가 저녁에 나를 보러왔다.
고성이 오고가고 따지고 했지만 내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찍 내게 이야기해서 내가 다른 집을 구하든지 하도록 해야 할 것 아냐. 남자 매니저까지 나와서 미안하다 어쩔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한다. 나는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뛰어 나왔다. 제길, 하늘을 지붕 삼더라도 너희에겐 돈을 더 지불하지 않겠다.
누구는 이런 나를 어리석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그 어리석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어둠이 이미 짙게 내린 거리, 나는 자전거를 끌고 근처의 숙박업소를 찾았다. 세 군데나 갔지만 방이 없단다. 더 멀리는 갈 수 없었다. 숙박업소의 종업원마다 도와주려 애를 썼지만 역부족, 나는 다시 자전거를 몰고 시안성벽 밑의 한 유스호스텔을 찾았다.
“방 하나 줘요.”
“어떤 방을 원하세요?“
“싼 방.”
다행히 영리한 친구는 내게 도미토리를 내어줬다. 짐을 가져다 놓는 둥 마는 둥 흥분한 나는 그간의 있었던 일을 대략 설명하고 술 한잔 하자고 제안했더니 좋단다. 할리데이라 하루 저녁 80원. 쩝, 그간 지방의 삔관에서는 하루에 80원을 주면 독방에다 조찬권까지 줬는데 여기 시안에서는 80원 주니 네 명이 자란다. 물론 여기도 할리데이 요금을 적용했다. 비싸다. 할리데이가 지나고 가격은 하루 30원으로 내렸다.
돈의 가치가 이렇게 달라지는 군, 허지만 나는 그것도 감지덕지다. 직원과 쏘주(그가 쏘주를 사들고 왔다) 한 병을 들고 식당으로 가서 한 잔 얻어먹고 방으로 오니 내 방에 있던 중국인 친구가 한 잔 하러 가잔다. 그의 여자 친구와 또 술집을 찾았다. 그는 말이 통하지도 않아 그의 여자 친구가 통역을 했다.. 술이 제법 취했다.까무룩하게 몸이 잦아들었다.
▲ 시앙지먼 유스호스텔의 컴퓨터실
▲ 시앙지먼 호스텔의 로비
2015.05.01.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만일 어제 저녁 공원으로 가서 야영을 했었다면 한 바탕 소동을 피울 뻔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자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밥 먹으러 가자. 요즘처럼 밥이 귀중하게 생각되는 때가 없었다. 밥 한 톨, 반찬 한 가지가 성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그걸 조금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감사히 먹는다.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밥은 먹어야 한다. 밥은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다. 우리의 정신도 결국 밥이 그 근원이다.
직원에게 우산을 빌려 쓰고 '심봤다' 집으로 간다. 밥을 먹고는 한 끼분을 포장해 달라 해서 호스텔로 가지고 왔다. 하루에 두 번씩이나 가기에는 좀 멀다. 요즘은 평소보다 한 끼의 양이 좀 많은데도 먹으면 몸이 받아들인다. 밥은 하루에 두 끼를 먹으니 좀 많이 먹어두는 것이다. 한 열흘치쯤 먹고 그걸 천천히 나누어 에너지로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든다.
 ▲ 소주를 사들고 인근 술집을 찾은 새로 묵게 된 travelling with hostel의
지배인과 함께 찾은 술집. 그는 젠틀맨이었다.
▲ 길거리에서 수박이나 이과하 등을 잘라서 컵에 넣어 판다. 맛있게 보여
하나를 사먹었는데 5원. 당도가 낮은지 그저 밍밍할 뿐이었다.
곳곳에서 도움을 받는 '외국인' 여행자
휴대폰을 점검했더니 돈 떨어졌다고 돈 넣으란다. 베이징에서 돈 200위안을 넣을 때 앞으로 3달 동안은 염려 없을 거라더니 25일쯤 지났는데 돈이 없단다. 없으면 넣어야지, 불통만큼 답답한 게 없으니까. 아침에 이 사정을 전날 저녁 같이 술을 먹은 직원에게 이야기했더니 자기 계좌에서 넣어 줄 테니 돈을 달란다.
200원을 줬다. 오 탱큐, 헌데 돈을 넣어도 안 된다. 돈이 다시 돌아왔단다.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면서 돈을 돌려준다. 편하게 하나 했더니 그게 아니다. 은행에서 돈도 찾아야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다. ATM 기는 되지만 은행 업무는 안 된단다. 나는 월요일 날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만일의 경우 뭔가를 잘못해서 카드가 정지가 된다면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으니 월요일 날 가는 것이 맞다. 허지만 휴대폰 유심카드는 사 넣어야 한다.
자전거 타고 가서 밥도 먹고 유심에 돈도 넣자. 중국이통을 찾아 갔더니 이건 자기 회사 카드가 아니라면서 다른 집으로 가란다. 설왕설래를 하고 있는데 한국말을 하는 손님 아가씨가 나서서 일을 거든다. 자신의 남자 친구가 한국인이란다. 그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이 아가씨가 그야말로 고군분투를 했다.
돈을 아무리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단다. 중국인 직원도 왜 그런지 모르겠단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전화번호가 바뀌어도 관계없으니 돈을 넣지 말고 유심을 바꿉시다. 다시 30분.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게 하다 보니 점심때가 훌쩍 지났다.
“뭐 좀 먹읍시다.”
내가 가는 '심봤다' 집이 코앞이지만 그런 것을 아가씨가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다가 옆에서 찾은 것이 KFC. 햄버거와 콜라 한 잔 먹고 나왔다. 아가씨는 아시아나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동방항공에 있단다.
가는 곳마다 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이유는 한 가지뿐이다.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렇다. 외국인의 어려움을 사람들은 알고 도움을 주는 것이다. 거기다가 당신은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라서 좋단다. 내가 만난 중국인마다 일본인은 싫단다. 그래 이웃이든 국가든 마음을 잘 써야 환영을 받는 거다. 이놈들아.
 ▲ 호스텔 옆에 있는 시안 남문.
 ▲ ▲ 시안성벽 건너편의 travelling with hostel
▲ 호스텔엔 4명이 들어가면 그야말로 누울자리 밖에 없다. 도미토리룸. 남녀 혼숙. 평일 30원.
▲ 심봤다 인근의 집. 12원. 한국인에겐 그야말로 집밥처럼 입에 맞다.
▲ 나를 도와준 중국인 스튜어디스.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무려 두 시간 반
동안 그녀는 동분서주했다. 뒤편에 자전거 세워놓고 kfc에서.
하늘 아래 자전거 여행자는 모두 친구다
▲ 불이 켜지는 종루 앞에선 현석이와 민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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