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 성벽 위를 걷다
▲ 시안의 성벽 남문에서 본 종루
▲ 남문으로 들어가면 성벽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성문은 삼중으로 되어 있다.
이자성의 난을 예감하고 방어차원에서 중건을 했단다.
시안 성벽 위를 걷다
처음 시안에 내려 시내를 들어 올 때 종루를 봤다. 기차에서도 여학생들이 벨 타워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나는 종루를 보는 순간 저게 여학생들이 이야기한 그것이구나, 하고 알았다. 도시의 한가운데 수많은 사람들과 차들에 둘러싸여 종루는 힘을 잃고 있었다. 종루엔 사람들도 많이 올라가 있었다. 저기는 또 얼마야?
시안 성벽 위에도 사람들이 보였다. 거기다가 움직임을 보니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었다. 흠, 저기는 자전거를 탈 수도 있구나. 물론 나는 성벽을 한 바퀴 돌았었다. 13.75km이다. 그 길의 성벽 위를 자전거를 타고 돈다고 생각하니 적잖이 흥분이 되는 것이었다. 일단 높은 곳에 올라가면 전망이 확 트인다. 그게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지. 오후 2시, 나는 호스텔 옆에 있는 남대문을 찾았다. 근데 사람이 들어가는 문이 안 보인다. 경비원에게 물으니 지하차도를 가리킨다.
자전거가 또 제지를 당했다. 순순히 물러날 수 없다. 경비원은 말이 통하지 않자. 답답해하며 매점에서 일하는 여성을 데리고 나왔다.
“나는 저 성벽 위를 자전거와 함께 올라가고 싶어요.”
“자전거는 못 가요.”
“내가 어제 봤는데 자전거를 타던데?”
“아, 그건 렌트용 자전거입니다. 가지고는 못 올라가요.”
“그건 얼만데요.”
“두 시간에 45원입니다.”
“그럼 나는 자전거를 맡겨야 되는데?”
“가져다 놓고 오세요.”
“너무 멀어서 안 돼.”
이 말은 사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성벽 위의 볼일을 끝내면 자전거를 타고 바로 밥 먹으러 가야 했다. 그 '심봤다' 집으로. 여자가 남자 경비원과 상의를 하더니 나를 따라오란다. 지하도로 들어가서 여직원들의 휴게소로 들어가서 자전거를 세워 놓게 했다. 경비원까지 지키는 곳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찾으러 올 때 자기를 찾으란다. 마음만 있다면 방법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 시안 성벽 위에서 본 시안시
▲ 시안 성벽 위다. 배수를 위해 바깥 쪽으로 경사가 져 있다. 성벽 폭은 족히 15m에서 20m
사차선은 넉넉히 나올 것처럼 보였다. 허나 이는 나의 목측이니 믿을 것은 못 된다.
▲ 해자(垓字)가 안쪽으로 나 있다. 좀 헷갈리는 부분. 성벽위에서 본 시안시.
입장료가 44원이었던가? 성벽 위는 왕복 사차선의 고속도로가 나 있었다. 그 시절이 언젠가? 중수에 중수를 거듭했다지만 이 높이로 이 폭의 성을 쌓는다는 것은 대역사임이 틀림없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성벽 위를 세 시간쯤 머물렀던 것 같다. 버프를 쓰지 않았더니 얼굴은 폭 익었고 온몸은 땀으로 젖었다.
성의 문들은 삼중으로 중건을 했단다. 이자성의 난을 막기 위해서였다니 그때 이미 이자성은 황제의 관할 밖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마도 황제는 자신의 자리를 보위하지 못할까 불안에 떨었을 것이다.
'심봤다'의 식당 장가네 가게로 갔더니 끝났단다.
“여덟시에 문 닫는 다고 했잖아?”
아침은 11시에 문을 연다. 나는 별 수 없이 그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었다.
“반찬이 다 팔렸는데 어떡해, 미안해”
잔뜩 고픈 배가 더 고파진다. 아침도 여기서 먹었었다. 주인이 내게 다른 집을 소개 시켜준다. 그 집에서 밥을 먹고 돌아오며 고맙다고 했더니 내일 아침엔 자기 집에 오란다. 그래, 나도 그 정도 의리는 지킬 줄 아는 사람이야.
▲ 고속도로 같은 성벽 위. 오른쪽으로는 중국 전통집과 비림이 있다.
 ▲ 성벽 위에는 시민들이 산책을 즐긴다.
▲ 렌트용 자전거. 사람들이 타고 다닌 건 바로 이 자전거였다.
▲ 남문. 문은 동서남북 네 개와 장악문,안정문,영녕문, 안원문이 있다. 허나 이외에도 여러 문이 보였다.
▲ 성벽 위 홍등의 행렬. 중국인들의 홍등에 대한 사랑은 대단한 것 같았다.
상지먼에서 내가 자는 곳은 지하다. 창문이 없어 바람이 안 통하니 옷이 마르지를 않는다. 습기도 많아 옷들이 눅눅해진다. 왜 중국인들은 창문을 싫어하는 거야. 왜? 저녁엔 인터넷이 전혀 되지를 않아 로비에 나갔지만 사진 한 장 올리는데 2~30 분이 걸려야 할 것 같아서 포기하고 돌아왔다.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내게 눈길을 주며 관심을 보이던 대학생이 말을 걸어온다. 칭따오에 살며 거기서 공부하는 학생인데 여자 친구와 같이 왔단다. 내가 사진을 올리는 것을 보더니 안타까웠는지 미안해했다.
“인터넷은 한국이 세계 최고야.”
그래, 나도 알아. 최고면 뭘 해? 여긴 중국인데. 할 일이 없어 저녁에는 빼주를 홀짝거렸다. 물건은 언제 오려나? 거기에선 적잖은 돈을 주고 특급항공으로 보냈는데 그게 여기 도착해선 꾸물거리고 있는 것이다.
저녁엔 칭따오 대학생과 벨기에에서 온 서양인과 어울려 맥주 몇 병을 마셨다. 장사로 해서 계림으로 빠지나? 아니면 충칭으로 해서 청두로 가야 하나? 계림으로 가자니 중국의 최종 목적지인 리장으로 가는 길이 둘러가는 길이 된다. 일단 물건부터 받고 생각해 보자.
▲ 처마가 우리보다는 더 하늘로 치켜올려져 있다.
▲ 홍등, 홍등의 행렬
▲ 성문을 지나다니는 차들
▲ 문안 계단.
▲ 시안 성벽 위에서 본 종루(BELL TOWER)
▲ 앞의 붉은 옷을 입은 여자분이 끝까지 나를 도와 주었다. 이름도 모르는
이 분들에게 나는 깊이 머리 숙여 감사함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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