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과 양귀비의 화청지(華淸池)
현종과 양귀비의 화청지(華淸池)
‘바이두’는 내가 머무는 곳과 병마용갱까지의 거리를 40.01km라고 표시했다. 그렇다면 나는 서둘러야 했다. 내가 화청지나 병마용갱에서 관람을 위해 머무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올 수 있을지를 따져 보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새벽 여섯시, 호스텔을 나서서 한적한 시안 시내를 달린다. 빨리 시내를 벗어나 자연 속을 달리고 싶었지만 그건 병마용갱에 도착할 때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시가 그처럼 팽창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옛날 헌종과 양귀비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말을 타거나 가마를 탔다 하더라도 이틀은 걸리는 거리다. 화청지에서 오래 머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입장권은 110원, 각오는 했지만 비싸다. 병마용박물관의 요금은 150원, 나는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정말 이 돈을 내고 봐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 시달렸다. 그 돈이면 나는 다른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영상과 사진을 통해 봤던 것과 다를 것도 없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본다는 것은 무엇이고? 인간은 왜 이동을 꿈꾸는 것일까?
말하자면 왜 내가 늙은 영감과 젊은 여자가 목욕을 하며 희희덕거리던 이곳을 구경해야 하는가? 천리만리나 떨어진 이곳의 조그마한 목욕탕을 보러 왔는가, 하는 정말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이기적이다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 천년 전 인물의 추억을 엿보고 있다. 상상력이 고갈된 탓인 아무리 제왕이라지만 둘이 들어가면 꽉 찰 것 같은 저 조그마한 욕탕에 헌종과 양귀비가 들어가 있는 것을 상상해보니 외롭고 쓸쓸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가 그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을까. 그도 어쩔 수 없는 늙은 노인이었고 남보다 다를 것 없는 조그마한 인간이었을 것이니까.
권력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 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의 사랑도 그렇다, 자기 목에 칼이 들어오자 양귀비를 성난 민중들에게 내어주어 목을 매달게 했다. 제왕의 사랑은 그런 것인가? 자연유산을 보면 이런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인간이 있는 곳에 슬픔이 있고 역사가 서린 곳에선 인간의 한계를 본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은 이렇게 보는 마음부터 달라진다.
이른 시간이라 아침을 파는 곳을 찾는 것은 기대할 수 없었다. 가다가 보면 뭔가가 있겠지. 빵은 항상 가지고 다니고 있지만 이 너른 중국대륙에 가게에서 파는 빵이라고는 몇 가지뿐이었다. 타이위안에서 사는 것이나 700km나 떨어진 이곳에서 사는 것이나 그 맛이 그 맛이다. 결정적으로 빵은 식사를 했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가다가 길거리에서 부지런히 무언가를 만드는 분들이 있어서 들어가 두부와 콩을 넣은 핑야오에서 새벽에 맛보았던 것을 먹었다. 투푸? 숟가락 없이도 그냥 마실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연한 음식이었다.
화청지로 들어가다가 여산이 있어 올라가다가 포기했다. 지금은 산을 탈시간이 없어, 오늘은 남는 시간이 없어. 평지인 시안을 벗어나 화청지가 가까워오자. 먼 곳에 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산도 그런 산의 하나였다. 나무도 별로 없고 산세도 그리 좋지 않는 그런 산이었다. 온천이 없었다면 헌종이 평생 찾지 않았을 곳이군, 양귀비는 헌종의 며느리였지, 그 시절 권력의 정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도덕을 따진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지만 공자 왈 맹자 왈은 했던 사람이 아니던가.
어쩌다 들러 온천을 한 번씩 즐기던 곳을 천만년을 살듯이 크게 지어 놓았군, 연화탕 귀비지, 무슨 탕, 무슨 탕, 탕탕탕, 헌종은 발가벗고 온천욕을 했을까? 아니면 늙은 몸이 부끄러워 옷을 입고 했을까? 시중 드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고 그 대부분이 여자였을 것이다. 양귀비는? 탕과 탕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탕을 옮기기에도 불편했을 것이다.
허지만 당장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전거를 맡겨 놓을 만 한 곳이 없는 것이다. 경비원들은 맡기를 거부했다. 그렇다고 물러설 나는 아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사정을 해서 결국 경비원 옆자리에 세워놓고 화청지를 들어갔다. 인산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헌종과 양귀비가 목욕을 하던 이곳을 구경 왔다. 헌종은 자기가 양귀비와 놀던 이곳이 후세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 화청지 안의 즐비한 건물들
▲ 욕탕, 탕마다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놓았다.
▲ 양귀비 동상
▲ 사람들, 사람들
▲ 화청지 입구에 있는 조각. 인간의 쾌락을 표현한 것인가.
▲ 화청지
진시황의 병마용갱(兵馬俑坑)
▲ 병마용갱 입구
▲ 전시장 입구
화청지를 빠져나와 병마용갱으로 달린다. 화청지에서 10km 가량. 가다가 보니 병마용 박물관이라고 있었는데 나는 그곳을 통과해 버렸다. 그건 어디까지나 박물관이라고 생각했으니까. 4km쯤 가다가 보니 아무래도 내 판단이 틀린 것 같았다. 물어보니 박물관이 병마용갱이란다.
자전거 끌고 들어가니 제지를 한다. 같은 과정을 거쳐 자전거를 맡기고 서둘러 들어갔다. 아무 필요도 없는 전기차를 5원 주고 끊었다 모두가 끊었기 때문이었다. 모르니 절 모르고 시주를 하는 것이다. 자전거 맡아주는 아줌마에게 10원,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돈은 절대 아깝지 않았다.
병마용갱은 우물을 파다가 병마가 발견된 그곳에 건물을 지어 놓고 그 때 파헤친 흙과 함께 일부 병마용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백만 명이 이 무덤을 만들기 위해 노역을 했으며 도굴을 막기 위해 노역에 참가한 사람들은 도륙을 당했다고 들었다.
그런 잔혹한 역사가 있는 곳이다. 그럼 뭘 해? 시황이 죽고 15년도 지나지 않아서 진은 망했다. 시황도 오래 살지 못했다. 지금 그 곳엔 부질없는 인간의 욕심만이 남아서 사람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 병마용갱 입구에 있는 진시황의 동상은 사진 찍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 진시황 동상 앞의 나의 애마
▲ 박물관 내부 전시실
▲ 아마 이 사람들은 실존인물이었을 것이다.
마테오복음 6장 25절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몸을 보호하려고 그러므로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고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느냐?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 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 너희는 그것들보다 더 귀하지 않느냐?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해서 자기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릴수 있느냐. 그리고 너희는 왜 옷 걱정을하느냐? 들에 핀 나리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 보아라. 그것들은 애쓰지도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솔로몬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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