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부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중국·일본 기업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 기업은 기존의 기술 경쟁력에 엔화 약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 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가격 경쟁력에 기술 경쟁력까지 갖춰 나가면서 한국 기업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제조업의 부활까지 한국 제조업체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미국 제조업체는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남미로의 이전을 확대해나갔다. 그 결과 미국 내 산업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위주로 재편됐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대표적인 제조업체가 위기에 직면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제조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제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을 통해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준다. 수출 증가와도 직결돼 있다.
이런 이유로 오바마 정부는 제조업 지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이다. 첨단 제조업이란 정보화,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고 나노테크놀로지, 화학, 생물학 등을 이용해 최첨단 신소재나 새로운 생산 기술을 만드는 걸 의미한다. 이를 위해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제조업 혁신을 위한 국가 네트워크’ 구상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정책들을 통해 양적 성장을 넘어 제조공정의 효율화, 소재의 혁신, 제조방식의 전환, 새로운 융합산업 창출 등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제조업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실례로 3D 프린터 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에 긍정적인 요소는 또 있다. 우선 미국 소비자의 ‘Made in USA’ 제품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 갤럽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중 60%가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임금 상승으로 미국과 신흥국 간 노동비용 격차가 축소돼 신흥국으로의 공장 이전에 따른 효과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반면 셰일 혁명으로 인한 미국 내 에너지 가격 하락은 생산 원가 하락으로 이어져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제조업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제조업 부가가치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제조업에 대한 투자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기업이 미국으로 회귀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도 완만한 증가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은 한국 제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계 최대의 소비국인 미국이 향후에는 소비자 뿐 아니라 공급자의 역할을 하게 되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클 전망이다. 우선 미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의 2대 수출국이며, 중국과 홍콩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무역 흑자국이다. 또한 미국 주도의 제조업 혁신은 소재의 혁신, 새로운 융합산업의 창출 등 세계 제조업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 오고 미국 기업이 주도권을 가져가는 현상도 불러올 전망이다. 한국 제조업이 이런 변화에 뒤쳐진다면 기술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제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마저도 하락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제조업은 생산성이 정체되고 산업인력이 고령화되는 등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정부도 제조업과 정보기술(IT)·서비스를 융합한 스마트 산업혁명 달성을 목표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생산방식 확산, 신산업 창출, 규제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이루고 나아가 한국이 세계 제조업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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