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과 '성경'의 공통점, 논쟁
'반지의 제왕'과 '성경'의 공통점, 논쟁
성경이 거느린 신도만큼이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반지의 제왕’은 판타지라는 장르적 특징, 해석에 대한 논쟁의 양상을 볼 때 성경과 유사함을 보인다. 판타지장르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마법이다. (간달프옹이 없는 반지의 제왕을 상상해볼 수 있는가.) 이러한 판타지가 제시하는 마법에는 구원과 희망이란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는 곧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전능함, 기적의 힘(홍해를 가르는 모세, 예수의 부활 등)과 유사하다. 역사를 장식했던 두 작품을 통해 작가의 의도와 해석의 충돌이 갖는 의미, 작가의 종교적 자세가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가도 논해보기로 한다.
반지 원정대와 순례자의 길
성경과 반지의 제왕이 공유하는 가장 중심된 텍스트는 탐욕, 물신숭배物神崇拜의 유혹에서 비롯되는 악惡이다. 성경은 선악과나 금송아지를 통해, 반지의 제왕은 ‘절대 반지’를 통해 이야기한다. 이러한 유혹을 벗어나기 위해 떠나는, ‘절대반지’의 파괴를 위한 원정은 성경이 말하는 ‘순례자의 길’이기도 하다. 반지의 제왕 부록을 살펴보면, 원정대는 12월 25일에 리븐델을 떠나 원정이 시작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도와 샘이 운명의 산에서 반지를 파괴하는 날, 사우론이 멸망하고 새 시대가 시작 되는 날은 곤도르의 달력으로 3월 25일이다. 이 날은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예수의 잉태가 시작되었음을 알린 날, 그리고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반지의 제왕은 12월 25일(예수 탄생)부터 3월 25일(수태고지, 예수가 십자가 못 박힌 날) 사이의 순례자의 여정을 그린 셈이 된다. “For Frodo”, 영화에서 아라곤이 사우론과의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한 결정적 대사. 순례자(프로도)를 위해 싸운다는 것처럼, 극의 중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례자의 길에 맞춰져 있다.
신비주의
“신은 죽었다” 외치는 학자가 등장함에도 살아남는 종교의 힘은 신적 존재와 소통하고, 삶에 질문하는 신앙 보다는 신의 기적에 대한 ‘신비로움’에서 나오는 지도 모르겠다. 모세가 신의 계시가 담긴 석판을 받고, 예수가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우며, 모리아의 나락으로 떨어진 간달프는 2편에서 백색의 마법사로 극적인 부활, X윙을 손가락질만으로 들어 올려 우리에게 포스의 힘을 전도하는 요다 할배, 넓게는 관중에게 신비의 명약을 파는 차력사까지. 우리에게 이목을 끌고 감동을 주는 매체를 보면 발신자가 수신자에게 메시지를 전할 때, 그 언술은 신비주의에 기초해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생각하는 동물이 돌멩이의 쓰임새를 알게 될 때부터 우리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의미를 정립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자연재해나, 과학으로 풀지 못한 불가사의함, 우주적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신비로움을 느낀다. 이러한 알지 못한 것에 대한 궁금증, 감동은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시대에도 여전하며, 커서도 마법적 경이로움을 동경한다. 오히려 그러한 신비로움에 대한 동경·갈망이 ‘인간애’를 만들고, 진작 멸망했어야할 인류에게 번영의 기회를 누리게 해주진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성서의 해석 논쟁, 지침서
여기서 다루는 것은 종파들끼리의 가치차이에 의한 논쟁이 아니다. 넓은 의미로 이성적 사고를 포함한 다의적인 성서의 해석과 그것을 원치 않는 일의적 해석을 추구하는 종교와의 논쟁이다. 현재의 기독교인들은 성서를 해석함에 있어 몇 가지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토마스 아퀴나스’의 ‘성서의 해석 지침서’를 기준으로 일관성을 보인다. 아퀴나스는 성서의 기호들을 알레고리 방식이 아니라 철저하게 일의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성서의 기자가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할 때 그것은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는 기호라는 것이다. 이는 곧 종교의 공통 텍스트, 신의 존재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중세의 신학자로부터 시작된 성서의 ‘일의적 해석’의 양식은 오늘날 까지 종교의 기축통화로써 역할을 하며, 신비주의에 대한 힘을 강화해 나간다. 또한 이러한 해석의 양식은 절대성, 쪼개지지 않는 미美의 정수를 탐구하는 예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신도와 팬들
독실한 기독교(개신교) 신자에게 “성서는 말씀을 기록한 것일 뿐 신의 존재 유무까지는 알 수 없지 않소. 그 해석은 달리 해야 하지 않을까요.” 라 묻는다면 “당신이 아직 믿음이 없어서 그래요. 하나님의 기적을 믿고 구원받아 천국 가야합니다” 라는 난감한 상황을 당신은 맞이하게 될 것이다. 관점이 다르니 소통은 어려운 것이다. 모든 신도를 일반화해서는 안 되지만 그 문제적 신도의 규모가 만만치 않으리라. 그러나 생각해보면 단순히 성경의 진위여부 해석에 대한 반감은 아닐지 모른다. 또한 그것을 밝힌다 하여도 성경이 갖는 고전으로써 작품성, 말씀의 가치가 퇴색하지는 않을 것임을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합의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과하게 반발하는 신도의 모습은 관점의 충돌과 종교인으로서의 아끼는 보물, 믿음이 위협 받기에 생기는 방어기제가 아닐까. 신도가 자신의 몸보다 아끼며, 행위의 주체가 되는 그 ‘신비주의’에 위협을 받았으니 말이다. 이후 제기 할 <반지의 제왕>의 논쟁은 성경의 논쟁과 비교할 때, 수신자의 문학적 접근도와 이야기를 실존세계로 인식하느냐 정도의 차이점은 있다. 그러나 성경과 판타지장르가 서로 공유하는 큰 힘이 신비주의에서 비롯됨을 인지할 때, 가치관의 충돌양상은 유사하다.
<신도와 팬의 가치관 차이>
* 반지의 제왕 : [문학적 가치 60%(이야기구조, 메시지, 캐릭터)] + [신비주의 40%(판타지장르의 마법, 불가사의한 힘에 대한)] (다시 한 번 불가사의한 힘, 마법이 없는 반지의 제왕을 생각해보라.)
* 성경 : [문학적 가치 30%(이야기 구조, 메시지, 캐릭터-모세, 예수-)] + [신비주의 70%(신神적 존재에 대한)]
※ 위와 같은 계량은 분석을 위한 임의적 수치일 뿐, 전체를 대변하진 않는다.
톨킨과 아퀴나스
J.R.R 톨킨은 자신의 작품을 논할 때, 어떤 개념, 사회에 대해 해석하는 식의 알레고리를 극도로 싫어하는 작가다. 이러한 톨킨의 의지는 ‘토마스 아퀴나스’가 제기한 성경의 일의적 해석의 요구와 닮아 있다. 독실한 신자 톨킨의 종교적 자세는(종파는 다르지만) 선악을 풀어내는 형식, 작가의 의중에서도 드러나 보인다. 물론 이러한 해석의 요구는 일류 작가 톨킨의 것만은 아니다. 작가라면 메시지를 세우고,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 하나의 룰을 제시할 권리는 분명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이 독자에게 전해지고 다른 매체로 각색되는 과정에 일어나는 기호의 작용까지 막기란 제아무리 톨킨이라도 쉽지 않다.
영화 <반지의 제왕> 논쟁
2004년,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마지막을 장식한 한 달 후, 해당 작품을 인종주의와 제국주의 선전영화로 바라본 몇 평론가와 원작을 훼손하는 편협한 주장이라 비난하는 팬들의 논쟁이 있었다. 서로의 주장이 팽팽할 뿐 합의된 중론까진 도달하지 못했는데 이것은 서로의 가치판단이 다른 상태에서 논의가 오고 갔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평론가의 경우 작품을 받아드릴 때 그것의 소통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미심쩍은 부분(특히 2001~2004년, 911테러에서 이라크전쟁까지, 미국과 제3세계에겐 증오의 시간이었다.)을 지적한 반면, 반지의 제왕의 팬들은 작품의 표피적인 장점과 작가가 취하는 의도, 진위를 통해 왜곡된 비평이라 역설했다. 이와 같은 논쟁은 국내뿐만이 아닌 영미권 내에서도 있어왔다. 이러한 양상은 ‘다의적 해석을 불허’하는 성경의 논쟁과 비슷한 구도를 갖는다. 물론 문학적 가치를 논하는 ‘반지의 제왕’의 팬들이 신도보다 이성적으로 우위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판타지를 사랑하는 이유가 단지 문학성 때문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신비주의가 결정적 요소일 수 있다는 것은 팬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과 성경, 그 특징과 둘러싼 현상의 유사함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준다. 안타깝게도 작가가 고수한 알레고리의 거부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소통의 과정에서 해석의 자유와 충돌될 수 있음을 훗날 보여주게 된다. 작품을 다의적으로 논하는 자들이 가톨릭신자나 기독교인, 또는 종교는 없지만 일의적 해석을 추구하는 수신자가 아니기 때문이라 한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반지의 제왕>은 종교적 교리를 담고 있지만 특정인을 위한 종교서적·영화는 아니며,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의 계층도 좁진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알레고리의 거부를 수신자가 맹목적으로 따르리란 소망은 톨킨 자신의 기도에서나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시대의 흐름은 일의적 해석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다는 것을 증명하는 계기일까. 새로운 사건이 생기고 시대의 가치관이 변함에 따라 작품을 달리 해석할 여지는 점점 늘어나게 되며, 그것은 세상을 움직이는 기호의 작용일지도 모른다. 소통을 통해 일어나는 작용과 작가가 애초에 정립한 의도, 그 바람은 시대에 따라 충돌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톨킨의 누명과 실수
톨킨은 자신의 작품 집필배경에서 이것은 영국을 위한 신화이자, 지구의 이데아를 상정하는 것이 ‘중간계’ 라 발언했음에도 ‘성경 해석지침서’와 같이 어떤 알레고리적 해석도 불허한다는 모순을 보인다. 더구나 세상의 이치를 성서로 풀어내는 집필방식을 통해 작가의 의중은 이미 밝혀졌는데도 말이다. 또한 반지의 제왕이 세상과 아무 관련 없는 안드로메다의 이야기인가? 그랬다면 반지의 제왕은 지금처럼 신망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톨킨이 알레고리적 해석을 강력하게 부인했다는 것은 자신의 작품과 성경을 동일시 하려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 이분법의 비극
필자는 톨킨이 인종주의에 기초한 작가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다. 그는 단지 오해받고 있을 뿐이다. 톨킨이 오해를 받는 근원은 그가 자란 남아공의 보수적 풍경에서가 아닌 오히려 그의 종교적 자세에서 나온다. 톨킨은 자신의 종교적 교리인 금욕주의를 축으로 선과 악이란 이분법을 만들어 냈다. ‘금욕하지 않는 자는 타락한자(사루만>골룸>보르미르), 물신숭배하는 자, 반지의 힘을 따르는 자는 악한 자(사우론, 나즈굴, 오크 등), 유혹을 견뎌낸 자는 선한자다.’ 라는 도식은 작품의 수 만 가지 장점에 비교해 볼 때 단순하다. 물론 톨킨은 절대선악은 존재하지 않으며 선이 사라질 때 악으로 변할 것이란 선악의 잠재성을 내재한다. 또한 ‘골룸’ 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선과 악의 복합성을 표현한 것은 이 작품의 백미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 판가름의 기준은 금욕주의라는 편협한 교리, 여기서부터 이분법의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톨킨은 각자의 잠재된 선악이 분기하는 것은 유혹과 시험을 통해서이며, 욕망을 부정하는 금욕주의가 선으로 가는 길이라 명시한다. 곤도르의 아들 보로미르를 통해 말하듯, 애초에 반지에 대한 개인의 욕구와 선한 의도는 양립 불가하다는 것을 못 박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금욕주의를 실천하느냐 거부하느냐, 선이냐 악이냐의 이분법을 만들어낸다. 헐리웃은 그것의 선악을 명확히 구분해 우리에게 보다 짜릿한 쾌감을 줬을 뿐이다.
- 종교적 교리는 진리인가?
우리는 과연 그러한 도식으로 세상을 나누는 것이 진리에 가까운지 생각해봐야한다. 금욕은 때론 욕구불만을 만들 수도 있고 억압은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성서가 말하는 탐욕과 타락은, 단어가 불순해 보일 뿐, 권력의지, 폐인짓, 원나잇스탠드, 시기질투, 욕설 등으로 우리 삶에 다양하게 공존해 있다. 또한 욕망을 인정하고 지향 한다는 것이 항상 악을 불러내는 것도 아니다. 욕망은 인간의 에너지일 뿐이다. 성교를 하고, 자손을 낳고, 학문을 쌓고, 창작을 하는 등 우리의 에너지는 그 무한한 욕구에서 나오는 것이다. 오히려 욕구가 억압되었거나, 욕구를 어디에 써야 옳은 것 인지 모르는, 무지에서 악이 태어나는 게 더욱 정설에 가까울 것이다. 이러한 것을 이분법으로 나눠 선이요 악이요 규정짓는 것은 종교에서나 볼 수 있는 위선이다. 오히려 종교가 제시한 율법으로 사람을 억압하고, 누명을 씌워 사람을 죽이는 악을 조장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봐야한다. 따라서 종교가 해왔던 가장 불편한 부분을 도식으로 만들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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