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된 지 22년이 지났지만 아직 7급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된 지 22년이 지났지만 아직 7급입니다.”
강원도 한 기초자치단체의 사회복지직 7급 공무원인 A씨는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다. 최근 실시된 정기인사에서 공무원 임용이 2년이나 늦은 행정직 후배가 팀장으로 왔기 때문이다. 소수직렬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후배는 벌써 5년 전 6급 승진을 했다. A씨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된 후 처음 맡은 노인복지업무를 위해 차량을 승합차로 바꿔가면서까지 열정을 갖고 일했지만 승진하는 타 직렬 후배들을 보면 그동안의 헌신이 헛된 건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승진속도는 행정직에 비해 더디다.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 9급에서 6급으로 승진하는 데 보통 10∼15년 소요되지만 사회복지직은 정말 운이 좋아야 20년쯤 소요된다. A씨처럼 22년을 근무해도 6급(팀장급)을 달기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5급(과장급) 승진은 꿈도 못 꾸고 있는 현실이다.
83명의 공무원이 일하고 있는 울산시 복지여성국에는 5급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울산광역시 지방공무원 정원배정 규정’은 복지업무 담당 부서인 복지정책과, 저출산고령사회과, 여성가족청소년과에 5급 공무원 14명(사회복지직 2명 포함)을 둘 수 있다고 정했지만, 모두 행정직이 차지하고 있다. 사회복지직 직원들은 “한번 거쳐가는 것으로 인식하는 타 직렬 상급자들은 복지분야의 전문용어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가르치다 보면 어느새 인사발령이 나 타 부서로 간다”며 “팀장이나 과장이 전문성이 없다 보니 업무추진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사정이다. 230개 시·군·구에서 5급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둔 곳은 50곳(21.7%)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1만2367명(2012년 6월 말 기준)의 사회복지직 공무원 중 5급은 91명(0.7%)에 불과하다. 7급이 4082명(3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8급 3562명(28.8%), 9급 3092명(25%), 6급은 1540명(12.4%) 순이다.
지자체에서 부서별 직급과 정원을 정하는 ‘정원조례’로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승진할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전국 대부분 지자체는 복지관련 부서의 4, 5급을 행정직과 사회복지직 모두 배정할 수 있는 ‘복수직렬’로 정해뒀지만 행정직이 임명되는 현실이다.
여기에 사회적·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한꺼번에 많이 뽑는 것도 승진적체의 한 요인이다. 2000년 저소득층 주민에게 최저생활비를 지급하는 기초생활보장제를 도입하면서 1999년 1200여명의 인력을 충원했고, 제도 도입 후 인력충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2002년에 1841명을 늘렸다. 2004년 대구 동구 불로동에서 네 살배기 남자아이가 굶어죽으면서 허술한 복지체계가 도마에 오르자, 이듬해 1858명을 뽑았다. 퇴직 등으로 자연스럽게 인원이 줄고, 그 빈자리를 신규 인력으로 채우는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다.
특히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보건복지부 업무를 수행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소속이라는 특수성도 인사에서 소외받는 원인이다. 지자체가 안전행정부로부터 받는 인건비 총액의 한도 안에서 정원을 관리하는 총액인건비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인건비 총액이 정해져 있어 한 분야의 인력을 늘리면 그만큼 다른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은 27일 “20년 넘게 복지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공무원들이 승진하지 못하면서 슈퍼바이저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탓에 더 높은 수준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회가 차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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