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블로거의 수입
지난 2011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가성 공동구매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이유로 유명 '파워 블로거' 일부를 제재했다. 이들 블로거는 음식조리법과 관련한 글을 올린 뒤, 특정 상품의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파워 블로거 A씨는 약 1년 간 무려 158억원(263개 제품)에 달하는 공동구매를 이끌었다. 이 파워 블로거는 공동구매를 알선하면서, 17개 업체로부터 8억8000만원의 판매수수료를 받았다.
당시 막대한 수수료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블로그 운영만으로, 중소기업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블로그의 인기가 다시 높아졌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파워 블로거의 수입은 어떨까.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수익을 내는 파워 블로거의 정확한 수입이 공개된 적은 없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지하 경제'이다 보니, 정확히 추산을 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광고대행사 관계자와 2011년 파워 블로거에 대한 공정위 제제 자료를 살펴보면 대략 가늠해 볼 수 있긴 하다. 파워 블로거의 수입은 대체로 세 가지를 통해 확보된다. 첫째는 포스팅(글) 작성, 공동구매 등 이벤트, 블로그 광고 수입 등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로부터 제제받은 이들 파워블로그는 포스팅과 공동구매를 통한 수입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정위의 자료를 보면, 이들 파워블로거는 공동구매 판매실적의 2∼10%를 수수료로 받았다. 아울러 포스팅 작성도 포함됐다. 이렇게 해서 파워블로거 B씨는 6개 업체에서 7억6500여만원, C씨와 D씨는 각각 12개 업체 1억3600여만원, 19개 업체 5500여만원을 받았다.
이들이 이렇게 큰 돈을 만질 수 있었던 건, 하루 수만명이 방문할 정도의 막강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도 초창기, 일상 생활의 소소한 글을 올리는 것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점차 영향력이 확대하면서 블로그를 수익 도구로 활용한 셈이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방문자수, 포스팅수 등에 따라 블로그를 등급별로 나눈 뒤, 이들 블로거와 접촉한다"며 "당시 공정위에 제제를 받은 블로거는 거의 최상위 그룹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B 광고대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 제제로 한풀 꺾였던 이러한 블로거 활동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한 유명 블로거는 한 건의 포스팅당 최대 2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이 유명 블로거는 한 달에 약 60개의 포스팅을 올린다고 하는데, 이러면 이 블로거의 한달 수입은 무려 1200만원에 달한다. 물론 테스트용 제품은 공짜로 제공된다. 여기에다 공동구매 진행으로 받는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유명 파워블로거의 월수입은 수천만원까지 치솟는다.
최근 활발히 성행하는 맛집 관련 일부 파워블로거는 한 건의 포스팅당 최대 200만원을 요구한다고 한다. 맛집이 입소문으로 알려지는 게 현실이다보니, 이 분야 블로거의 몸값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게 한 파워블로거의 설명이다.
공정위가 오늘(3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오비맥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카페베네, 씨티오커뮤니케이션은 추천 및 보증 글 한 건당 2000~10만원의 대가를 블로거에게 지급했다. 블로거 등급을 나눠 대가를 차등 지급한 셈인데, 브랜드를 알려야 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블로거에게 지급하는 금액이 더 높아진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업들은 일명 '입소문 마케팅'이라 불리는 '바이럴 마케팅'을 하기 위해 유명 블로거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기업은 이 분야에 특화된 광고대행사와 접촉한다. 물론 요즘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팀이 별도로 있어 자체적으로 이러한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기업의 의뢰를 받은 대행사는 먼저 돈을 주고 파워블로거를 섭외한다. 대행사가 원고와 사진 등을 블로거에게 넘기면 블로거가 글을 올린다. 블로거는 마치 자신이 직접 그 일을 경험한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한다. 해당 대행사가 직접 블로그를 개설해 고객들의 광고를 싣는 경우도 있다고 관련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정부는 파워블로거, 인터넷카페 개설자 등의 전자상거래 질서 문란 행위에 대한 민원이 잇따르자,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업자등록 없이 특정 업체나 제품에 대해 돈을 받고 홍보성 글을 싣거나 업체로부터 수수료, 뒷돈 등을 받고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식의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최근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으로 고가의 사치품을 할인가에 구입해 주겠다고 속여 41억원을 가로챈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하기도 했다. 이 여성은 자신을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파워블로거 중 영향력 기준 2위의 유명인이라고 소개하면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관계자는 "대가성을 알리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파워블로거가 게재한 상품 등에 대한 후기 형식 또는 정보성의 글이 비영리 또는 호의로 제공돼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영리성 정보임을 알았다면 더 신중한 구매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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