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의 AIIB충돌로 한국 외교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대해 미국이 연일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AIIB 가입을 제안 받은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경쟁 속에서 진로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곤혹스런 입장에 처하게 됐다.
이를 두고 "한국이 진퇴 양난에 빠졌다"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교 전문가들은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주기 보다는
양대 강국 모두에게 필요한 동반자 국가로 인식될 수 있도록 치밀하고 현명한 외교 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한반도담당 보좌관이 7일(현지 시간) 한국이 AIIB 가입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한 데 이어
미국 국무부는 8일 AIIB에 대해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Bar)이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국이 AIIB에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데 대해 미국이 제동을 거는 이유는
중국 주도로 새로운 동북아 경제 질서가 형성되는 상황과 이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미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역 인프라 투자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AIIB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은행(WB)과 ADB는 높은 수준의 지배구조와 환경·사회적 세이프가드, 조달, 지속성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으며 수십년 간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역 내 인프라 개발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공공·민영·다자 개발은행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개발은행이 기존 금융기관들을 어떻게 보완하고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시드니 사일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은 7일 한국이 AIIB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AIIB 가입과 관련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이 같은 입장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사일러 보좌관은 이날 한국 언론과의 통화에서 “인프라 투자와 개발에 관여하는 금융기관으로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이 있으며
두 은행은 지배구조와 환경·사회적 세이프가드, 조달 측면에서 높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AIIB가 현시점에서 이 같은 기준들을 이행할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IB가 오랫동안 존속해온 세계은행이나 ADB와 같은 다자적 개발기관과 협력하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며
“한국뿐 아니라 세계은행과 ADB와 함께 일하는 모든 국가들이 AIIB에 대해 공통의 의문점들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주 시진핑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의 AIIB 가입을 공식 제안했으며, 우리 정부는 주요 사항을 협의하고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미국의 안보·경제 분야 고위급 당국자들이 양국 현안 및 지역·글로벌이슈 등을 폭넓게 논의하는 제6차 전략경제대화(S&ED)가 9일 오전 베이징에서 개막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9시30분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는 중국의 왕양 부총리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미국의 제이컵 루 재무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개막식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막연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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