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한달 새 사망사고 4건…'최악의 봄'
현대중공업과 계열사 조선소에서 한달 새 사망사고 네건이 잇따라 발생해 안전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사고소식이 외부로 알려질까 사측이 119 신고를 지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달 25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족장이 무너져 협력업체 직원 김모씨(30)가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7일과 20일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작업장에서 직원 오모씨(41)와 박모씨(41)가 사고로 숨졌다.
오씨는 선박을 만들기 위해 세워둔 2톤 무게의 철판이 쓰러지면서 철판에 깔려 사망했고, 박씨는 건조중이던 대형 선박 외벽에 노동자들이 오르내릴 수 있는 작업계단을 설치하다 추락사했다. 이달 7일엔 울산 현대미포조선 야적장에서 하청업체 직원 정모씨(65)가 작업 중 추락사했다.
공교롭게도 사망한 노동자 네명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다. 이에 회사의 안전대책과 하청업체 노동자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전관리 감독은 원청업체가 담당하는데 하청업체와 재하청업체까지 지도감독의 영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안전관리 대책을 아무리 뜯어고쳐도 고용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사고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박 건조에서 시간당 투여되는 인원 즉 공수(Manhour)의 절감 등 비용감소가 중요하다보니 하청업체와 재하청업체 직원들은 안전보단 작업을 빨리 끝내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이같은 구조에선 위험한 사고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 근로자들의 설명이다.
현대삼호중공업 현장 근로자 이모씨는 "최근 일이 많고 공정이 밀려 복잡한 상태였다"며 "공정이 안정되지 않으면 급하게 일을 하게 돼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사고 소식이 외부에 알려질까 쉬쉬하는 바람에 일을 키웠단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달 25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발생한 추락사고의 경우 사측이 사고 직후 119 신고를 하지 않고 자체 구조작업을 벌여 사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사 자체 구조 잠수부가 있었지만 사고 당시 잠수부는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 있었다. 사측 잠수부도 자리를 비운데다 119 신고를 지체해 손쓸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사고가 언론에 알려지는 걸 꺼리다보니 자체 구조반과 의료진을 투입해 사고 수습을 하는게 보통"이라며 "119 구조요청을 더 빨리 했다면 사망까진 이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면 골치 아프단 인식이 오래전부터 팽배했다"며 "어지간하면 회사 자체 구급차를 이용하라고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사고 당시 119 신고를 지체했는지 사실여부는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며 "해경에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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