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땅 사면 '외국인 땅'이 된다는데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005930)가 공장을 짓기 위해 수도권 외곽 지역에 땅을 샀다. 그렇다면 이 토지는 한국법인이 산 땅일까, 외국법인이 매입한 토지일까.
정답은 '외국법인이 매입한 국내 땅'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이런 토지를 '합작법인이 취득한 땅'으로 분류한다. 공공기관에 취득 신고를 할 때 외국인 보유 토지로 기재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은 낡은 제도 탓이다. 제도가 시장의 변화를 따라 잡지 못하는, 이른바 '제도의 지체 현상'이다.
우리나라 외국인토지법(이하 외토법)은 현재 외국법인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국내 법에 의거해 설립된 법인 또는 단체 중 △사원이나 구성원 50% 이상이 외국인인 경우 △사원이나 임원 50% 이상이 외국인인 경우 △자본금이나 의결권 50% 이상을 외국인이 가진 경우다.
문제는 국내 상장사 가운데 외국인 지분이 50% 이상인 기업이다.
지난 8일 기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0.43%다. 외토법 기준에 따르자면 삼성전자가 취득하는 토지는 모두 외국이 보유한 땅으로 집계해야 한다. 외국인 지분율이 50% 이상인 주요 상장사로는 쌍용차·하나금융·신한지주·KT & G·네이버·이마트·신세계·포스코 등이 있다.
실제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이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기업이 땅을 사면, 외국인 주주 중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최대 주주의 국적을 기준으로 해당 토지의 국적 취득 신고를 하고 있다. 예컨대 네이버의 최대 지분을 중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네이버가 산 땅은 모두 중국이 보유한 한국 땅으로 집계하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리나라가 국내 주식·토지시장을 외국인에게 전면 개방한 것은 1998년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 자본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였다.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당시만 해도 외국인의 소액 투자 비율이 국내 주요 기업 지분의 절반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며 "실질적인 경영권이 없는 불특정 다수의 소액 주주 국적을 바탕으로 토지 국적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모호한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주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런 다국적 기업들을 모두 배제하거나 외국인 토지법 자체를 없애지 않는 한 뾰족한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준을 마련한다고 해도 문제는 또 있다. 외국인 지분율이 요동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어제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0% 이상이었다가 오늘 49%로 하락했다면 이 회사가 보유한 토지 국적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현재 정부는 토지를 취득하는 시점의 국적별 지분율을 따져보고 이를 기준으로 국적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토지 소유 면적은 2억2593만㎡로, 전체 국토 면적의 0.2%를 차지하고 있다. 공시지가만 32조4424억원에 이른다. 특히 중국은 작년 한 해 동안에만 192만2572㎡를 사들이면서 국내 토지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부의 토지시장 관리에는 구멍이 뻥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이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이지만 국내법은 현실에 맞지 않는 옛 규정과 기준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어서다. 심종원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지분 비율을 10% 구간으로 쪼개 현황조사를 다시 하고 지분율에 따라 관리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토지 소유 통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realestate.daum.net/news/detail/main/MD20140410071106813.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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