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제관/배관사로 살때는 영어가 필요하다
일할 수 있는 비자
배관사로 취업을 하기 위해 광산 업계 등 엔지니어링 회사에 이력서를 내거나 웹사이트에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꼭 묻는 질문이 ‘호주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를 소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회사의 홈 페이지 내지는 Registration Form 즉, 취업 관련 제출 서류에 보면 해당 취업 희망자가 소지하고 있는 비자가 457 비자인지, 아니면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시민권자인지 묻는 항목이 반드시 있다. 호주에서 일을 하려면 일을 할 수 있는 비자가 필요 하기 때문 이다. 그러면 ‘일할 수 있는 비자’ 란 무엇인가? ‘일할 수 없는 비자’가 있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비자’란 말이 나왔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유학생 비자, 관광 비자로는 호주에서 일을 할 수 없다. 유학생은 일주일에 20시간 미만만 일을 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이상 일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학생으로 공부하러 유학온 것이지 ‘돈 벌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관광 비자로 호주 들어와서 일을 해 돈을 버는 것도 불법이다. 이런 불법 취업에 대해 호주 정부, 이민성은 아주 까다롭게 굴고, 단속을 심하게 하는 편이다.
호주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로 쳐 주는 것에는 단기 취업 비자 즉, Business Longstay통상 457 비자라 부르는 것과 독립기술이민 비자가 있다. 물론, 영주권 즉, 영주비자 또는 시민권을 가지고 있으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이 각각의 비자에 대해 그 발급 요건과 발급 사항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이 책의 줄거리와는 동떨어진 주제라 생각되므로 이 책에서는 더 이상 언급은 생략키로 한다. 호주의 이민 관련 비자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으면 개별 이민 대행사가 운영하는 웹싸이트나 또는 주한 호주 대사관 홈페이지 내지는 호주 이민성 웹사이트를 각자가 직접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
다만, 최근의 호주 이민 추세는 나이가 젊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그리고 영어 점수가 높을 수록 유리하다. 한편, 독립기술 이민과 사업투자 이민이 본인의 자격 여부로 심사가 진행되는 것이라면 457 단기 취업비자나 고용주 지명 영주비자는 반드시 스폰서 기업이 있어야 한다. 이 스폰서 기업을 잡는 것이 비자를 취득하는데 첩경이 될 수 있고 또 스폰서를 서주는 기업에서 해당 비자신청자가 자신의 기업에 꼭 필요로 하는 인력이라고 서류상으로 입증을 하면 비자가 훨씬 쉽게 나올 수 있다. 이 점, 독립기술이민 보다도 오히려 스폰서 기업을 잘 컨택하면 훨씬 빨리 영주 비자를 받는 것이 가능하고 또 그런 점에서 호주로 이민을 올려면 기왕이면 한살이라 도 젊은 시절에 비자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
엊그제, 나와 같은 현장에서 일을 하는 용접사 최경운이가 좋은 소식이 있다며 싱글벙글 웃으며 나타났길래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 물은즉, 자기 와이프의 오빠, 즉 손위 처남이 마침내 영주권이 나와 내일 모레 호주로 들어 온다고 말하던 것이었다. 최경운이의 처남은 36세로 경운이보다는 2살 연상인데 그동안 한국에서 용접을 2년동안 배우고 또 IELTS 시험을 합격해 두고, 작년 연말쯤 퍼쓰에 들어와 어느 웍썁에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세컨드 클래스 웰더로 두 달간 일을 했는데 이 웍샵 사장이 처남에게 스폰서를 서주어 영주권 신청한지 일년만에 드디어 엊그제 영주권 비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근자에 이르러 퍼쓰 교외에 산재한 웍샵들은 마이닝 붐으로 일감은 많이 늘어 났는데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이 처남처럼 세컨드 클래스 웰더라도 본인이 성실히 일만 하면 얼마든지 스폰서 서 줄 업체를 구할 수 있다고 얘기들을 전한다. 이 점,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최경운이 처남과 같이 적극적으로 한번 나서 볼 일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배관사, 용접사는 호주의 부족 직업군 SOL 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직종이다.
( Welder웰더 즉, 용접사에는 두가지 등급, 클래스가 있다. 먼저는 First Class Welder 이고 두 번째는 Second Class Welder 인데 이 둘의 차이는 용접 결과를 엑스레이 등 비파괴 검사를 하느냐 않느냐의 여부에 있다. 즉, 퍼스트 클래스 웰더는 엑스레이로 비파괴 검사를 하는 파이프 등을 용접하고 또 그런 용접 결과 테스트에 패스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고, 세컨드 클래스 웰더는 이런 비파괴 검사를 행하지 않는 일반적 용접을 행하는 사람이라 보면 된다. 즉, 웤샵이나 현장이나를 막론하고 모든 웰더가 다 퍼스트 클래스일 필요는 없기 때문에 TIG Welding 을 하지 못하는 용접사도 있을 수 있고 또 그리고 정밀한 엑스레이용 용접을 하지 못 하는 용접공도 현장에는 많다. 한편, 아무거나 막 때워야 할 용접 ‘잡’ 이 또 많이 있기 때문에 각급 현장이나 웤샵에서는 이런 세컨드 클래스 웰더 또한 필요하고 이런 점에서 의외로 많은 세컨드 클래스 웰더들이 현장에 다수 취업 나와 있는 것이다. 일례로 Grid Mesh 그리드 메쉬, Bracket 브라켓 같은 ‘막용접’ 할 일이 현장에는 많다. 즉, 이런 중요하지 않은 용접을 주로 담당하는 용접사들이 세컨드 클래스라고 보면 된다. 한편, 현장에 처음 투입되면 용접사들은 스틱이면 스틱, TIG 면 TIG 이런 식으로 각종 실기 시험을 보게 되는데 그 테스트 결과에 따라 작업을 배치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예 취업전부터 퍼스트 클래스, 세컨드 클래스로 자신의 취업 분야, 직능을 먼저 밝혀야 한다. 하지만 세컨드 클래스 웰더를 찾는 웤샵, 현장도 많이 있으므로 우선 이런 웤샵, 현장에 우선 세컨드 클래스 웰더로라도 취업하여 경력을 쌓아 나가다가 장차 경력이 쌓이고 기능이 향상되면 그 때 퍼스트 클래스로 나가는 것이 일반적 이다.)
영어, 영어!
호주는 영어권 나라이다. 영어권 나라라는 표현보다는 영어가 국어인 나라라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호주는 전체 인구 2천 2백만 중 영국계, 아일랜드계 등 유럽계 백인이 80%를 넘는 인구를 점하고 있으며 따라서 호주는 미국, 캐나다 등과 같이 영어가 주된 언어로 사용되는 국가이다.
외국 교민의 삶에서 특히 미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로 인한 교민의 애환은 참으로 다양하고 아울러 영어에 얽힌 구구절절한 사연도 많다. 또 영어 구사 능력과 영어 의사소통 문제는 교민의 일상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은 설교 도중에 ‘영어권 나라에서 영어 못하고 사는 것은 3급 장애인으로 사는 것과 마찬가지’ 라고 -- 이런 유머를 말씀하시기도 했다. 내가 배관사 직업을 가지고 이 현장 저 현장 마음대로 다니고 있는 것도 기실 따져 보면 내가 그래도 영어를 조금이나마 알아 듣고, 또 적어도 몇 마디 영어를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하나의 계기가 된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나는 뭐 그리 영어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다. 영어로 된 책을 읽거나 영어로 글을 쓰거나 하는 것은 그나마 자신있지만 회화는 그저 그런 수준이다. 또, 나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나마 문법에 많이 어긋나지 않게 적당히 표현 할 수 있으나 아직도 히어링은 많이 부족하다. 호주 TV 방송을 봐도 다는 못알아 듣는 것은 물론, 매일 아침에 진행하는 프리 스타트 미팅때에도 100% 는 다 못 알아 듣는다. 다른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 중요한 대목을 놓치고 미처 못 알아 듣는 경우도 있지만, 신경 써서 듣는데도 미처 못 알아 듣는 내용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그래서 이런 내용은 옆 동료한테 다시 물어 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는 영어로 커뮤니 케이션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호주 교민들 중 내가 알고 지내는 몇 몇 사람들이 ‘이놈의 영어’ 때문에 지금도 고생이다. “내가 영어만 좀 한다면 --- ” “내가 영어만 누구처럼 된다면” -- 이런 교민들의 이야기는 정말 수도 없이 자주 들어 보았다.
시드니에서 내가 친하게 지내는 친구 중 하나인 구 본승이가 정말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구 본승이는 말끝마다 이 영어 이야기가 별로 빠지는 법이 없다. 가히 영어에 한이 맺힌 사람이다. 이 구본승이와의 대화에는 유독 이런 장면이 많다. 즉, 내가 뭔가 이야기만 하면 “서 집사님은 영어가 되시잖아요” 라거나 “나는 영어가 안되잖아요” 매사 이런 식이다. 즉, 나는 영어가 되기 때문에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중이고 자기는 영어가 안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아예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 이런 식인 것이다. 가히 영어가 구 본승이 인생에 아주 큰 하나의 장애물이라고 본인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수년 전 플로어 샌딩을 할 때 나를 도와 주던 기술자 이 모도 늘 그런 말을 했다. “서 사장님은 영어가 되니 얼마나 좋아요, 우리는 영어가 안되서 --- 말이죠”, 또는 “ 그 놈의 영어만 된다면 정말 ---내가 시드니 돈 다 벌어 올 자신 있는데 말이죠 – ” 등등 --- . 이런 말을 나는 그 친구와 한 달여 같이 일하는 동안 정말 거짓말 좀 보태 말하면 수 백번은 들었다. 나와 케이프 프레스톤 싸이노 아이언 현장에서 1년여를 같이 일한 김 유상이도 “하 – 그놈의 영어가 안되서 말이죠 ”, 또는 “내가 형님만큼만 영어가 된다면 그냥 안 있죠 --- ” 이런 말을 하루에도 수 십번씩 -- 그야말로 밥 먹듯 하곤 했다. 또 내가 알고 지내는 시드니에 있는 정 민호라는 배관사 친구는 늘 나에게 말하기를 자기도 나처럼 퍼머넌트 엠플로이로 일을 다니고 싶지만 그 놈의 영어가 안되서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 나만 만나면 늘 똑 같은 소리를 녹음기 틀어 놓듯 계속해댄다.
이 점, 한마디로 말해, 호주에서 배관사로 일을 하려면 영어를 웬만큼 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영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필요한데 먼저 호주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할 수 있는 비자’가 필요하고 또 이런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IELTS 라는 호주 정부에서 요구하는 영어 시험에 통과하여야 하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로 영어가 필요한 이유는 현장에서 일을 하려면 작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어느정도 기본적인 영어 회화는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 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호주는 2007년 7월 이후 이민 관련 비자 또는 취업 비자를 발급하는 데에 IELTS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자에 한해 비자를 발급하는 것으로 이민법을 개정 하였다. 즉, 영주권으로 호주 이민을 오기 위해서는 IELTS 평점 4.5점 이상, 또 통상 457 비자라 부르는 단기 취업비자 - 영어로는 Business Long Stay 라 부르는 비자 - 를 받기 위해서는 IELTS 5.0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된다.
한편, 호주에 이미 들어와 살고 있는 사람이나 새로 비자를 받아 이민을 오겠다는 사람을 막론하고, 배관사로 현장에서 일을 하려면 최소한의 영어 회화 능력과 읽기 쓰기 능력이 필요하다. 첫째, 작업 지시가 영어로 이루어지고, 또 도면이 영어로 작성되어 있기 때문에 영어가 되지 않으면 사실 일을 해 나가기가 어렵다. 특히 JHA 등 본인이 작성해야 할 안전 점검표 같은 내용들이 많이 있으므로 읽고 쓰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해야 된다.
영어를 해야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장 안전 교육 즉, 인덕션 때문이다. 이 인덕션은 현장에 투입된 첫날에 받는 안전 교육인데 요즈음은 이 인덕션 교육이 점점 더 내용과 깊이를 더 해 가는 추세이다. 심지어 요즘에는 현장에 투입되기 전에 퍼쓰에 소재한 각급 교육 훈련기관에서 5일 내지 7일간 내리 인덕션 프로그램만 받게 하고, 이 인닥션 합격자들에 한해서만 현장으로 올려 보내는 회사도 생겨 나고 있다. 또 예전에는 형식적으로 교육에만 참가하면 되었지만 요즘은 매 과목 교육이 끝나는 각 세션마다 그 강의 주제에 관한 간단한 시험을 보고, 이 시험에 일정 수준 이상 점수를 획득치 못하면 집으로 돌려 보내거나 재 교육을 시키는 경우도 있어 광산 업계 즉, Mining, Oil & Gas Industry 에 관한한 --- 전반적으로 인닥션의 중요성이 점점 더 해 가는 도중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심지어 요즘은 영어를 알아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덕션 도중에 짤리는 경우도 있다.
재작년에 시드니 커널 지역에 있는 칼텍스 정유 공장 샷 다운 공사 현장에서 잠깐 일을 할 때 생긴 사건이다. 새로 온 한국 사람 용접사 둘이 인닥션을 받고 있는데 마침 그 뒷자리에 이 현장에 새로 부임해 오는 Safety세이프티 담당 매니저가 앉아 있었더란다. 이 안전 담당 매니저가 보아한 즉, 앞자리에 앉아 있는 한국사람 두 사람은 강사가 앞에서 하는 말을 전혀 알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생각 되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강사와 면담을 하고 난 다음, 그 두사람 -- 한국 용접사들을 불러 전 시간에 강의한 안전 교육 내용에 대해 몇가지 질문을 해 본 것이다.
그런데 막상 질문을 받자 이 두사람은 --- 적어도 안전 담당 매니저와 인닥션 담당자가 보기에 --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회화가 서투른데다 그 전 강의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를 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어 결국 이 두 사람은 첫날, 인덕션 받는 도중에 ‘쌕’ 당해 집으로 돌아 갔다. 이런 식으로 현장에서 영어 때문에 일어 나는 한국 사람 관련 해프닝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또 다른 현장인 월스리 알루미나 프로젝트 현장에서는 한국 사람 배관사, 용접사 50여명 전부를 대상으로 영어 시험을 치르기도 했었다. 사연인즉슨 – 한국 사람 영어 못하는 것은 호주 현장에서는 익히 알려 진 사실이기도 하다 – 하도 한국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기니까 아예 그 현장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 전부를 모아 놓고 한 시간 여 안전교육을 새로 실시한 다음 A4 용지 한 장씩을 나눠 주며 무슨 내용이라도 좋으니 안전에 관한 이슈로 에세이 즉, 간단한 작문을 써보라고 했더란다. 그래서 대충 --- 아무 내용이나 몇 줄 쓴 사람은 계속 일을 하게 하고 전혀 한 줄도 쓰지 못한 사람은 가려내서 열 몇명인가를 그 날 쌕 시켰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영어는 잘하면 잘할 수록 좋다. 그러나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는 것이 --- 호주에서 이런 철일을 하고 있는 한국사람 전부가 다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 취업 시험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콩글리쉬라도 좋고 브로큰 잉글리쉬라도 상관 없이 --- 최소한의 의사소통만 할줄 알면 된다. 내가 평소에 누차 강조하는 바이지만 --- 영어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일 뿐이다. 또 현장에서 몇 년 일을 하다보면 영어는 금세 늘게 되어 있다. 호주에서 철일 오래 한 한국분들은 그나마 대충 영어를 조금씩은 다들 한다. 현장 경험이 수 십년 된 한국분들은 영어가 유창하지 못해도 눈치로 , 그리고 짬밥으로 --- 일을 하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다. 특히 용접사는 배관사에 비해 영어 할 일이 훨씬 적다. 배관사는 그나마 종종 도면에 대해, 그리고 작업 방향에 대해, 슈퍼 바이저 또는 다른 동료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으나 --- 용접사는 용접 부위 때우라면 그냥 때우면 되는 것이지 영어로 대화할 일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내가 알고 지내는 친구중에는 배관사로 일을 하다가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서 --- 아예 수 개월 한국에서 용접 연습을 더 하고 돌아 와 지금은 용접사로 일을 다니는 친구도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 포트헤드랜드 현장에 필리핀 기능공 30명이 엊그제 새로 투입되어 왔다. 다음 주에 또 30명이 더 올 예정이라 하니 총원 700명 정도가 일을 하는 이 모나델포스 포트 헤드랜드 현장에 필리핀 기능공만 80여명이 취업하게 되는 것이다. Ausie 호주사람을 빼고는 가장 많은 인종 그룹이 필리핀 사람이 된데는 이 필리핀 기능공들은 거의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이 필리핀 기능공 중 Mechanical Fitter미케니컬 피터로 우리 크류에서 일을 하고 있는 Bobby ‘보비’ 라는 친구한테 내가 좀 물어 봤다. 어떻게 호주 이 포트 헤드랜드 현장으로 오게 되었느냐고 ---. 이 필리핀 친구 ‘보비’ 말에 의하면 --- Monadelphous 모나델포스 본사 인사팀이 6 개월 전 쯤 필리핀 마닐라에 와서 필리핀 기능공 백 여명에 대해 Interview 면접을 보았다는 것이다. 먼저 신문광고를 통해 해외 근무 경력이 있는 필리핀 기능공 2백여명을 모집하고 각자 IELTS 시험을 보게 한 다음, 이 시험 IELTS 에서 평점5.0점 이상을 받은 인원에 대해 마닐라에서 면접을 보고 그 중 일차 선발대 30명, 2차 30명 이런 식으로 모나델포스 사가 457 비자를 내주어 이번에 모나델포스 사의 포트 헤드랜드 현장으로 취업을 나왔다는 것이다. 즉, 이번에 이 포트 헤드랜드 현장에 온 필리핀 기능공들은 거의가 다 두바이, 이라크 등 해외 현장Construction Site 에서 용접사, 파이프 피터, 보일러 메이커, 미캐니컬 피터 등으로 10년 내지 15년 이상 근무 경력들이 있는 사람들이다. 한편, 이런 필리핀 기능공들은 비록 457 비자로 일을 하고 있지만 이 사람들이 받는 시간당 웨이지는 우리 같은 영주권자, 시민권자 트레이드 맨에 비해 몇 불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호주는 이민 법률에 따라 457 비자 소지자도 영주권자 이상의 로칼 사람에 준하는 웨이지를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이 되어 있는 까닭이다.
이 모든게 필리핀 기능공들은 영어가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한국 기능공의 경우 현대, 삼성 등 굴지의 대기업 조선소 등에서 수 십년 이상 일한 현장 경력이 있고 또 아무리 귀신처럼 배관, 용접을 잘 하더라도 영어가 안되어 즉, 영어 시험 점수가 나오지 않아 호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필리핀 애들은 중학교, 고등 학교만 졸업해도 영어가 되고 IELTS 시험 점수가 척척 나오는데 왜 우리 한국 젊은이들은 대학을 나와서도 영어가 안되는지, 그리고 IELTS 영어 점수가 안 나와 호주로 쉬이 오지 못하는지 나는 실로 그 점이 안타깝다. 아무리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 출신이란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영어 못하는 한국, 사교육비 십 수조원을 써도 영어 안 되는 나라 한국은 여전히 나를 아리송하게 만든다.
배관사로 일을 하려면
기술도 있고 영어도 웬만큼 되고 일할 수 있는 비자가 있으면 이제 배관사, 용접사로 일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 그런데 배관사, 용접사로 일을 하려면 먼저 현장이나 웤샵에 취업을 해야 된다. 즉, 일자리를 구해야 되는 것이다. 호주에서 이런 배관사, 용접사로 취업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는 퍼머넌트 엠플로이로 일하는 방법이고 두번째는 컨트랙터로 일을 다니는 것이다.
먼저 퍼머넌트 엠플로이 Permanent Employee 란 나처럼 대형 엔지니어링사에 소속된 직원으로 일을 다니는 것을 말한다. 꼭 평생 직장이란 점에서 퍼머넌트란 단어를 쓰는건 아니지만, 그리고 사실 따져 보면, 현장에 따라 고용되는 단기 계약직이긴 하지만 그래도 호주에서는 이를 가리켜 퍼머넌트 엠플로이 또는 줄여서 그냥 엠플로이 Employee 라 한다. 즉, 이런 철일 계통 업계에서 엠플로이라 말할 때는 어느 회사에 소속되어 주급, 웨이지 받으며 일하는 현장 기능직을 의미한다. 이런 퍼머넌트 엠플로이로 취업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두번째 장에서 충분히 설명이 되었다 생각되므로 더 이상 자세한 언급은 생략키로 한다.
반면, 컨트랙으로 일한다는 것은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사업자 등록 (호주는 이런 사업자 등록을 ABN: Australian Business Number 라고 부른다.) 을 가지고 일종의 계약 즉, 컨트랙 관계로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호주에 사는 한국 사람 배관사, 용접사들은 열에 아홉 이상은 이런 컨트랙 베이스로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나처럼 엠플로이로 일을 다니는 사람은 열명에 한 명, 아니 몇 십명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아주 드물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포트 헤드랜드 현장도 모나델포스 직원이 700명이나 있지만 그 중 엠플로이로 일하는 한국 사람 직원은 앞에서 말한 뤼거 조한중 씨를 제외하면 나밖에 없다. 그전 오렌지 현장도 그랬고 워쓸리 현장도 그랬고 플루토도 그랬고 어느 현장을 가든지 엠플로이로 일하는 한국 사람은 나 혼자뿐이고 나처럼 엠플로이로 일하는 다른 한국 사람을 위의 조한중씨를 빼고는 나는 아직 못 만나 봤다.)
그런데 이런 컨트랙 일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현장에 작업 인원을 공급하는 계약 즉, 인력 공급 컨트랙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인 한국 사람 컨트랙터 Contractor와 잘 알고 지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인력 공급을 사업 내용으로 하는 사업자 Labour Supplier 가 취업을 시켜 줘야 현장에 가 일을 할 수 있고 그 현장에 그 사람을 보내 주느냐 않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이런 컨트랙터 마음이므로 이 컨트랙터로부터 우선 인정을 받아야 일을 하러 갈 수가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런 인력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컨트랙터 사업자 분들은 배관사 용접사로서의 경력이 오래된 사람, 또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우선 현장에 내 보내고 싶어하므로 나 같이 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은 첫째, 그런 인맥이 없고 또, 이런 분들에게는 아직 내 이름 석자가 알려지지가 않아서 나는 아직 이런 컨트랙 일을 하러 다니지 못하고 엠플로이로 일을 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퍼머넌트 엠플로이와 컨트랙으로 일을 하는 경우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선 급여 체계 에서 차이가 있다. 앞 페이지에서 최 경운이와 나의 웨이지를 언급하면서 나는 엠플로이로 시간당 웨이지를 41불 03센트를 받는 반면 최경운이는 시간당 80불을 웨이지로 받는다는 것은 이미 얘기를 했었다. 최경운이는 이 현장에서 컨트랙으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인력 공급 업체와 최경운이의 관계 역시 일종의 컨트랙이다. 최경운이는 용접이라는 노동 즉, 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력 공급업체는 이 서비스 댓가에 대해 시간당 80불이라는 일정 급여를 최경운이의 소유 회사, 최경운이의 회사 사업자 등록번호로 지급하는 것이다. 시간당 80불이라 하면 일견, 최경운이와 같이 컨트랙으로 일을 하는 것이 엠플로이로 일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웨이지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80불과 41불은 일단 2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주 80시간을 일을 할 경우, 컨트랙으로 일하는 최경운이의 주급은80불 x 80 시간 = 6,400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컨트랙은 시간당 웨이지가 Flat Rate 로 되어 있고 오버타임 ( 평일 연장 근무시는 1.5배, 주말의 경우 2배로 주는 초과 근무 수당 제도) 이 적용되지 않는 조건이므로 주급 전체로 환산하여 따져보면 내가 일주에 Gross 그로스로 5천 몇 백불을 받는 것이나 최경운이가 6천 몇 백불을 받는 것이나 사실은 별 차이가 없다. 앞서 설명한대로 엠플로이로 일을 하고 있는 나는 하루 2시간, 주말 18시간을 더블 레이트로 받는 반면 컨트랙으로 일을 하는 최경운 이는 주중, 주말에 상관 없이 시간당 80불이라는 고정 레이트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즉, 컨트랙 으로 일을 하면 이 시간당 웨이지로 나오는 임금 외에는 하등의 가외 수당이 주어지지 않는다. 글자 그대로 시간당 80불로 계약했으면 시간당 80불 지급으로 끝나는 것이다. 물론, R&R 로 집에 가 쉬는 동안에는 급료가 한푼도 없다. 일을 하지 않았으므로. 반면, 나처럼 엠플로이로 일을 하면 회사에서 급여의 9%를 슈퍼로 넣어 주고, 한 현장이 끝나면 퇴직금 조로 나오는 Redundancy 리단던시도 넣어 주고, 또 RDO Accural 이라 그래서 보너스 식으로 나오는 금액도 적지 않고, 연차 휴가같은 것도 찾아 먹을 수 있지만, 컨트랙으로 일할 경우 이런 복리후생에 상당하는 가외 수당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둘 사이의 갭이 상당히 줄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계산이 빠른 일부 사람들은 이런 각종 가외 수당이나 복지 혜택을 감안하여 엠플로이로 시간당 40불을 받으면, 컨트랙으로 70불 이상 받는 것이랑 똑 같다고 이미 계산들을 끝내 놓고 있다.
한편, 컨트랙으로 일한다 해도 모든 현장에서 다 시간당 80불을 주는 것이 아니다. 시드니 근처 싸이트는 시간당 62불을 제시하는 컨트랙터들도 있고 서부 호주나 퀸즐랜드 주의 경우에도 시간 당 70불 또는 75불 정도 주는 현장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도 컨트랙으로 일을 다니는 경우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한 현장이 끝나면 다른 현장을 각자가 알아서 구해 나가야 된다는 점인데 이를 위해 컨트랙으로 일을 다니는 분들은 끊임없이 다른 현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되고 또 이를 위해 인맥을 관리하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 잘한다고 소문이 난 경험 많은 분들이야 이런 걱정들을 덜 하겠지만 내가 알고 지내는 몇 몇 분들은 늘 다음 잡 구하는게 신경이 쓰여져서 이제 그만 나처럼 엠플로이로 일을 다니고 싶다고 말을 해 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 점, 처음 이 업계에 투신하려는 사람은 나처럼 엠플로이로 일을 다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엠플로이로 일을 다니면 한 현장의 공사가 끝나갈 무렵에 그 다음 현장을 미리 연결해 주고 있어서 그 다음 잡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2012년 8월 초에 나는 모나델포스의 포트 헤드랜드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이 글의 마지막 챕터를 쓰고 이제 교정을 보고 있는 2013년 3월 현재에 나는 같은 회사 모나델포스의 뉴만 (Newman) RIO TINTO Iron Ore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모나델포스 회사가 작년 12월 포트헤드랜드 현장이 끝나자 마자 2013년 1월에 나를 이곳 뉴만 현장에 배속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기술은 어느정도 있어야 하나?
배관사가 되기 위해서는 배관 기술, 영어, 그리고 일할 수 있는 비자 세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위에서 말씀드렸다. 그러면 이 셋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기술이다.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그리고 시민권이 있어도 기술 없이는 배관사, 용접사로 일을 할 수 없다. 시드니 킹스 크로스 거리에 있는 무숙자, 노숙자도 호주 시민이고 영어를 아주 잘 하지만, 이런 노숙자가 광산업계에 취업을 못하는 것은 그만한 기술, 직능 즉, Trade 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영어가 다소 어눌하더라도 기술이 뛰어 나면 취업이 쉽게 되지만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기술이 시원찮으면 취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이런 배관, 용접 기술은 어느 정도 되어야 하나? 어느 정도 숙련도면 광산 업계에 취업이 되나? 바로 이것이 문제이다. 이 점, ABN 을 가지고 컨트랙 분야에서 일을 하려면 아주 오랜 경력을 요구한다. 경력 많은 사람, 일 잘한다고 소문난 사람을 우선 선별해 보내는 것이 이런 인력 공급 사업 성공의 첩경이기 때문 이다.
반면, 엠플로이로 일을 다니면 이런 ‘경력 평가’ 가 까다롭지 않고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에 있어서도 경력이 올해 몇 년차(年次)이냐 이런 걸 굳이 따지지 않아서 속 편하다. 예컨대, 모나델포스 등 대형 엔지니어링 사에서 엠플로이로 일을 하는데에는 ‘배관사’ 또는 ‘용접사’ 로서의 기본적 직능만 수행할 줄 알면 되지 그 용접사, 배관사가 일을 얼마나 뛰어 나게 잘하는지, 경력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이런 것들을 구태여 따지지 아니한다. 다시 말해 엠플로이로 일을 할 경우, 이런 엔지니어링 회사들은 배관사면 배관사, 용접사면 용접사로 미리 정해진 시간당 웨이지를 똑같이 지급하고 일 잘하고 못하는데 따라 전혀 차등을 두지 않는다. 이 점, 호주의 엔지니어링 회사는Pipefitting 이나 Welding 이라는 직능을 수행하는데에 따라 그 서비스 제공의 댓가로서 웨이지를 지급할 뿐이라고 하는 균등적 관념체계가 있다. 따라서 각급 트레이드맨들에 대해 ‘평균적’ 직능 수행을 요구할 뿐이고 각자가 그런 직능을 보편적 상식적 수준으로 행하는 이상, 배관사, 용접사로 차등 없이 평등하게 대접하는 것이다.
다만, 언제나 이 경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직능, 트레이드를 처음 시작할 경우 최초의 경력 쌓기이다. 올챙이 시절을 거치지 않고 개구리가 될 수 없고 초보운전 시절 없이 베테랑 운전수가 될 수 없듯이 누구나가 처음에는 ‘시로도’ 시절, 하수 시절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내 경우도 그랬다. 배관사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절에는 새로운 현장에 갈 때마다 일 잘 못한다는게 들통 날까봐 솔직히 좀 켕기기도 했고 이런 데서 오는 긴장감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몇 년에 걸쳐 대여섯 군데 이상 각급 현장을 거쳐 오면서, 다양한 현장 상황을 경험하고 배관에 관한 갖가지 스킬이 필요한 다양한 상황을 겪다 보니 어느 순간 이런 긴장감이 없어지고 나 자신 스스로 배관사로 행세하는데에 아무런 스스럼이 없어졌을 뿐 아니라 이제 현장 동료, 슈퍼바이저로부터도 평균적 배관사로, 그저 또 다른 배관사 동료로 하등의 의심없이 두루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에 이르러 주로 컨트랙 일을 하는 한국 사람, 알고 지내는 사람들로부터 ‘엠플로이’로 취업을 하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나에게 물어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분들 얘긴즉슨, 컨트랙으로 일을 하면 일단 시간당 웨이지가 많긴 하지만 한 현장이 끝나고 다음 현장이 바로 바로 연결이 되질 않아서 집에서 두 달, 세 달 놀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래서 이렇게 일년에 서너 달을 쉬어야 할 형편이라면 차라리 나처럼 엠플로이로 일을 다니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내가 하는 말은 거의 정해져 있다. 나 역시도 초기에는 그랬거니와 - 인터넷의 취업 전문 사이트에 나와 있는 구인 광고에 그저 부지런히 이력서를 올려 두는 것 외에는 --- 방법이 없다고 말이다.
내 경우가 바로 그랬다. 이 배관 일을 갓 시작했을 무렵, 나의 상황이 --- 취직은 하여야겠는데 아는 데도 없고 경력이 일천해서 누가 불러 주는 사람도 없고 – 그래서 별 수 없이 나는 호주의 각종 취업 사이트에 올라 와 있는 배관사 구인 광고에 수십통씩 이력서를 보내는 한편, 평소 알고 지나는 호주 친구들에게 ‘레퍼런스’ 확인 전화가 오면 전화 좀 잘 받아 달라고 부탁을 해 두곤 했다. 레퍼런스 Reference 조회란 구인 회사에서 구직자의 이력서를 보고 그 경력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 즉, 이력 조회를 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나는 사실 현장 경험이 많이 부족했지만, 배관사로 일한 경력을 약간 부풀려서 이력서를 만들고 이 이력서를 인터넷에서 배관사를 모집하는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 수십 군데로 보낸 것이다. 그 중 한 두 군데 업체에서 이 정도 이력이면 자기네 현장에서 일을 할만 하다 싶으면 전화로 먼저 연락이 온다. 현재 이런 이런 현장이 있는데 일할 수 있냐고--?, 당연히 일 할 수 있다, Available 하다 내가 그렇게 답변 하면, 이번에는 이력서 중에 나와 있는 전 근무회사에 전화를 해 이력 조회를 해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Oh, Yes, Sure! 이러면 그 회사는 내 이력서에 기재된 회사 중 몇 군데를 무작위로 Random 하게 골라 전화를 건다. 그리고 서 모모란 사람이 그 쪽 회사에서 몇 년도부터 몇 년도까지 일한게 사실이냐고 묻는다. 이 때, 내가 미리 부탁해 놓은 호주 친구들이 Yes, he did! 하고 답변만 해 주면 일단 통과가 되는 것이다.
수 십만 명 기능 인력이 수 개월 또는 1-2 년 내 전직하고 다니는 호주 광산업계 인력 시장은 이런 식으로 전화로 이력 조회를 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이력서와 전화 확인을 통해 나는 경력 수 년의 배관사로 인정 받은 것이다. 그 중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모나델포스의 워쓸리 현장에 내가 처음 취업해서 갈 당시 상황을 회상해 보면 이 때 모나델포스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구두 인터뷰를 통해 내가 배관사로 기본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장장 45분간 유선상으로 꼬치꼬치 캐 묻기도 했었다. 그 때 인터뷰 내용중 아직 기억에 남아 있는 몇몇 질문들을 예를 들어 보면 버트 웰딩 Butt Welding이 무엇이냐, RL 은 무엇이냐, 도면에 나와 있는 빗금 친 부분은 어떻게 하라는 소리냐 등등 --- 이 있는데 이런 질문들은 본인이 실제로 파이프 피팅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도저히 답변을 할 수 없는 그런 사항들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담론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 과연 배관사로서, 용접사로서 해당 직능을 이상 없이 평균적으로 수행하는 데에는 몇 년 정도의 공력, 경력이 필요한가 하는 점이다. 이 점, 내 생각으로는 대략 1만 시간 정도를 계속해서 한 분야에 종사하면 해당 분야에서 그나마 인정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는 올라 서지 않겠느냐 하는게 내 생각이다.
소위 ‘1만 시간의 법칙’이란게 그것이다. 1만시간의 법칙 (10,000 - Hour Rule) 이란 어떤 분야 에서든 탁월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1만 시간 쯤의 체계적이고 정밀한 연습과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모짜르트 등, 역사 속에서 천재로 알려진 이들도 실제로는 자신의 분야 에서 평생 1만시간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거꾸로 일정한 재능을 갖춘 사람이라면 1만 시간의 훈련으로 탁월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이 이 1만 시간의 법칙이다. 신경과학과 심리학계에서 각종 사례 연구를 통해 체계화된 이 법칙은 2008년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Outliers)’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다시말해 "1만 시간의 법칙"이란,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하여는 최소한 "1만 시간"을 투자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타이거 우즈, 김 연아를 비롯한 유명 운동 선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비틀즈, 모짜르트에 이르기까지 선택한 분야에서 성공에 도달하기까지는 누구나가 은연 중에 "1만 시간"이라는 공력을 쌓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직 사진가였던 댄 맥롤린은 체계적이고 치밀한 1만시간의 훈련을 통해 미 PGA투어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맥롤린은 1만시간 동안 골프에만 전념해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지닌 괴짜 아마추어 골퍼다. 2010년 4월 15일 처음으로 골프 레슨을 받기 시작한 맥롤린은 꼬박 2년째 자신의 도전을 이어가며, 지난달 30일 현재 2,764시간을 채웠다. 그래서 2016 년에는 미국 PGA투어 선수가 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한편, 이 1만 시간의 법칙은 내가 왕년에 이미 몸소 체득해 검증해 본 바 있다. 예컨대 나는 2002년 무렵 인터넷 바둑을 두기 시작한 이래 2007년까지 무려 12,000판을 인터넷을 통해 바둑을 둔 적이 있다. 5년간 12,000판 정도 바둑을 두다 보니 처음 3급 기력으로 시작한 내 급수가2007년 무렵에는 아마 6단으로 급수가 올라 가 있었다. 바둑 한판 두는데 1시간이 걸렸다고 보면 1만 2천 시간을 투자한 셈이다. 3급, 5급 시절에는 반집 승부를 미리 내다보는 프로 바둑의 세계가 아득하게 높은 경지로 --- , 그리고 현묘(玄妙)하게만 생각되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마 6단 정도에 올라 가 보니 나에게도 그런 계가가 가능해 진 것이다. 아마 5단, 6단의 기력을 가진 사람들과 바둑을 두다 보면 - 바둑 한판의 중반 전투가 끝나 종반전, 끝내기 단계에 들어서 계가를 해 보면 - 이 반집 차이가 저절로 눈에 들어 온다. 반집 정도 집이 부족한 형세이면 아무리 기를 쓰고 좇아 가도 이 반집 두터움을 어찌 해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상대 역시 큰 자리 우선으로 정확무비하게 수순을 좇아 끝내기를 해 들어 오므로.
그럼 1만 시간이라면 어느 정도의 기간을 말하는 걸까. 배관사 용접사의 경우, 하루 열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일년에 10개월 정도 일을 한다고 보면 10 시간x 25일 x 10개월 = 2,500 시간이다. 즉, 4년 정도면 10,000 시간을 이 배관사, 용접사 직능에 종사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10,000 시간 즉, 만 4년 이상을 용접, 배관에 보낸 사람이라면 입신 경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호주 엔지니어링 업계, 광산 업계가 원하는 평균적 보편적 기능공, Tradeperson 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특히나 손 재주가 있는 사람이 따로 있으므로 이런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빠른 시간내에 기능을 익힐 수도 있다. 이 점, 처음 시작하는 배관일이라도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 또, 얼마나 열심히 치열하게 연구하고 기능을 연마하느냐에 따라서 10,000 시간, 4년이란 시간 역시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런 점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이 배관사 업종에 처음 투신하는 분들은 우선 지방 도시 웤샵에서 일 이년 일을 하며 경력을 쌓은 다음에 싸이트 잡을 나가고 또, 나처럼 엠플로이로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의 현장, 싸이트에서 몇 년간 일을 다니며 경험을 쌓은 다음에 비로소 컨트랙 잡을 알아 보는게 올바른 순서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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