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화장실' 개선하자 월세 올린 집주인들
"구청에서 '공동화장실'을 개선해 줬더니 집주인들이 생활환경이 개선됐다며 월세를 올렸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세입자가 많은 아파트여서 구청이 생활환경 개선을 했는데…"
부산 동구의 A 아파트.
산복도로 중턱에 위치해 1962년도에 지어진 외관을 최근까지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시간이 멈춘듯한 아파트로 사진촬영의 명소가 되기도 했던 이 아파트의 세입자들에게 올해 들어 공통의 고민이 생겼다. 전·월세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아파트 367세대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만 절반인 177세대가 될 정도로 영세민이 몰려 사는 이 아파트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해 구가 정비사업을 벌이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개선사업의 역점분야는 '재래식 공동화장실' 수리.
주민들은 그동안 각 가정에 화장실이 없어 아파트 중앙에 마련된 공동화장실을 이용해 왔다. 그것도 변기 개수가 턱없이 모자라다 보니 주민합의로 두 가구당 변기 한 칸을 사용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시달려 온 것이다.
구는 인근의 다른 아파트 한곳을 대상지에 포함에 모두 56억원을 투입, 지난해 6월 3개월간에 걸쳐 대대적인 수리를 마쳤다. 공동화장실의 내부 공간을 늘리고 재래식 시설을 모두 수세식 세면장 시설로 바꿨다. 또 한 가구당 변기 하나씩을 쓸 수 있도록 시설도 확충했다.
시설이 완공되자 지역의원의 방문이 이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생활 질의 향상을 기대한 세입자들에겐 엉뚱한 상황이 발생했다.
2000년대 이 아파트가 재개발구역 예정지로 지정되면서 집을 샀었던 투자자인 집주인을 중심으로 전·월세 올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내부 벽지교체 등 기본적인 리모델링을 한 뒤 기존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이었던 것을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0만원으로 올렸다.
전단에는 '화장실 보수됨'이라는 홍보 문구도 빠뜨리지 않았다.
매매가격도 2천200만원 수준이던 것이 최근에는 2천500만∼2천6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세입자인 B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장애인 세입자들은 적은 보조금에 의지해 사는데 월세가 껑충 뛰면서 부담이 가중됐다"면서 "구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사업이었지만 월세가 오르면서 차라리 값이 싼 쪽방 생활을 하겠다는 세입자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 동구의 관계자는 "상황을 파악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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