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소프트웨어)인력 구하러 방글라데시까지 간다"
http://windy96.egloos.com/viewer/3428342
SW(소프트웨어)인력 구하러 방글라데시까지 간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01/2013080100380.html?gnb_news_news02
첫째.
인력이 필요하면 방글라데시 가는게 뭐가 문제인가? 그게 이상한가?
혹시 방글라데시처럼 못 사는 나라까지 가서 소프트웨어 고급인력을 찾는 것이 안타까워서 혀를 차는, 속물주의 혹은 인종주의적 발상인가. 도대체 방글라데시 가서 사람 구해 오는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음.
둘째.
5년간 50만명이 부족하다는 통계를 낸 연구소. 50만명이 필요로 할 정도면 우리 나라 산업 구도 자체가 완전히 뒤바뀐다는 소리인데.
대학졸업자가 배출되는 2005학년도부터 2011학년도까지 수능 응시자를 보면 재학생이 대략 40-50만명 정도.
소프트웨어 인력이 50만명이 필요로 해서, 한해당 10만명이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간다고 하면 무려 고교 졸업생의 20%가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간다는, 아니 가야한다는 말.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음. 간단한 산수만 해보면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음.
셋째.
모든 문제는 결국 돈과 직업 안정성임. 나는 지금까지 30대 나이에 의학전문대학원, 한의대, 약대, 로스쿨 간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의사, 변호사, 약사가 장사가 안 되고 이제 좋은 시절 다 가고 전망도 불투명해서, '전망이 좋은' 소프트웨어 산업에 뛰어든다든가, 공대 대학원에 진학해서 석박사를 취득한다든가, 하다못해 6개월 컴퓨터 학원에서 배워서 취직한다는 소리를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음.
해법은 아주 간단함. 돈을 더 주면 됨. 알아서 고급인력이 움직임. 이게 어떤 사람들이 신주처럼 받들어 모시는 바로 그 "시장 원리"임. 자기 유리한 것만 시장 원리에 맡기자고 하지말고, 이런 인력 수급 같은 아주 매크로 하면서 확연히 효과가 드러나는 것에 시장원리를 적용하면 되는 것임.
넷째.
구글은 이렇게 소프트웨어를 하는데, 한국은 뭐 하나.
답은 아주 간단함. 아까 이야기했던 돈 문제임.
구글 요즘 실리콘밸리 기준으로 프레쉬 박사 초봉이 약 12만불임. 이게 12만불만 받는게 아니고, 이래저래 패키지가 더 있어서 다 합치면... 세전으로 한국에서 삼성전자 부장 말봉이나 상무 초봉 정도 받음. 그리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당연히 연봉이 뛰고. 물론 동네 물가가 비싸고 세금이 비싸고 등등 해서 실질 소득은 그에 못 미치지만, 적어도 회사는 그만큼의 지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
이 정도 지출을 하고 나서, 그래도 안 되면 그때 가서야 불평을 하든가, 나라의 미래가 걱정이라든가 할 자격이 있다고 봄.
아, 난 지금 구글 수준으로 돈을 줄 수도 있는데, 혹은 그만큼은 아니라도 업계 최고 대우를 해줄 수 있는데, 그래도 사람이 없다. 그럴 수는 있음. 앞에 쓰레기들이 하도 똥을 싸놔서, 똘똘한 놈들은 이미 좋은 자리 찾아가서 시장에 나오지 않거나, 아니면 이미 이 업계를 떴음. 앞에서 똥 싸놓은 애들 때문에 몇년간 고생을 해야 하는 것임.
다섯째.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근거없이 오해하는게 소프트웨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생각함. 왜 고부가가치인가? 그냥 컴퓨터 하나 있으면 개발할 수 있으니까. 택도 없는 소리. 컴퓨터도 사야 하고, 소프트웨어도 사야하고, 특허도 있고, 인건비도 비싸고, 연구개발에도 투자해야 하고, 장치 산업이나 플랜트 산업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용이 절대 적게 든다고 할 수 없음.
그런데 왜 고부가가치인가. 구글이 돈 많이 버는 건 왜 인가. 그건 걔네가 소프트웨어를 해서가 아니고, 걔네가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를 하기 때문임.
뭐가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인가? 쉽게 말해서 남들이 안 했는데 앞으로 많이 쓰일 것 같은 것. 그리고 쉽게 따라잡기 힘든 기술 장벽이 있는 것. 바로 그게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임. 남들이 해놓은 것 베끼거나, 이미 산업이 성숙했고 매출 관리하는 단계에 접어든 산업에 진출해놓고 부가가치가 적다고 투정 부리면 어이 없는 것임.
같은 소프트웨어를 해도, 어떤 놈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을 더 좋게 만들어서 남들과의 격차를 더 벌이는 일을 하고, 어떤 놈은 두당 월봉 얼마로 계약 맺어서 갑을병정으로 하청 놀이를 함. 하는 일도 어떤 꼴통이 제안서 쓰고, 다음 꼴통이 계획서 작성하고, 다음 꼴통이 스펙을 제멋대로 바꾸는 것을 밤새가면서 맞춰줘야 함. 이게 어떻게 고부가가치가 되겠음?
여섯째.
방글라데시에 간 이유는 값싼 인력이 필요해서임. 방글라데시는 1인당 GDP를 뒤에서부터 찾는게 더 빠른,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임. 요새 단순노동 산업의 메카로 떠오른 베트남보다 더 소득이 낮음. 그래서 요새 패스트패션이라고 나오는 10불, 20불 짜리 옷들.. 방글라데시에서 월급 40불인 애들이 만드는 옷임.
그런데 여기도 대학 교육 받고 소프트웨어 작성할 줄 아는 애들이 있고, 얘네들이 자기 나라에서는 고임금, 하지만 여전히 저임금으로 일을 하는데, 저렇게 대기업들이 진출해서 단순 소프트웨어 노동을 시키는 것임. 미국 연봉이 10만불, 인도 연봉이 1-2만불인데, 방글라데시는 더 싸게 시킬 수 있음.
이렇게 값싼 인력을 찾아서 방글라데시에 간 기업을... 대체 왜 걱정해줘야 함? 우리 나라에서 대졸자가 취업을 하면 최소 3만불은 연봉으로 써야 하는데. 기업이 방글라데시에 맡겼던 일을, 아, 한국에 이제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풍부하게 쏟아지니까 다시 일을 가져와야겠다 하고 리턴하나? 네버.
|
_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