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과 현대문화
텔레비전 과 현대문화
그리스도 당시에 텔레비전이 존재했다면 ‘광야의 시험’에 이어 사단이 시도했을 “제 4의 유혹”은 바로 “텔레비전 출연 교섭”이며. 그리스도는 “진리와 실체”를 “환상과 이미지”로 대체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인류를 다시 한번 구원했을 것이라는 우화는 현대사회에서 텔레비전이 가진 문화적 위상을 적절히 묘사한다. |
1 .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들에게 흔히 “바보상자”라고 불리는 텔레비전은 현대인의 생활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기독교와는 어떤관계를 가지는가? 이 질문에 앞서 학계에서도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로서의 텔레비전을 보는 시각은 ‘비탄에 젖은 비관론’에서부터 ‘유토피아를 향한 장미빛의 낙관론’, 그리고 그 양자에 대한 중도적인 입장까지 현실을 진단하고 있는 목소리는 다양하다. 이같은 텔레비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불일치는 그리스도인들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의 모든 것을 죄성과 세상의 정욕으로 가득차 있는 악마적인 것으로 보는가 하면 텔레비전이야말로 마지막 세대에 그리스도께서 쓰실 구속(救贖)의 도구라고 보는 등, 극단적인 찬반 양론이 나름대로의 입장을 고수한다. 이처럼 견해차가 상이한 가운데 필자는 여러분이 제목에서 느낄수 있듯이 전자의 입장에 접근하여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2 . 텔레비전의 기본전제
텔레비전은 기본적으로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1) 시장경제의 논리에 의해 지배받는 상업방송체제라는 측면
텔레비전의 상업성은 어떻게 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얼마나 많이 파느냐(즉, 시청율)에 귀착된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호감을 사느냐가 관심사인 것이다. 대개의 경우 그것은 시청율과 여론조사를 통해 프로그램을 개편하는 작업으로 구체화된다.
2)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러지로서의 본질적인 속성
① 간단하고 단순해야 한다.
1. 시청자는 프로그램에 몰입해 있는 동안은 분석이나 검토 등 ‘생각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텔레비전 시청행위 자체가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눈을 사로잡는 영상과 교묘하게 계산된 충격적인 언어의 흐름은 매순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미 지나가서 놓친 것이 되기 때문에 시청자는 주어지는 내용을 수용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집중하게 마련이다. ‘본다’는 행위에 이탈하지 않는 한, 단순히 어떤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텔레비전의 그같은 한계를 터득한 제작자들은 어떻게든 모든 내용을 ‘단순’하게 ‘재구성’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2. 시간의 제약성 -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해도 그것을 무한정 방송할 수 없는 시간의 제약을 가진다. 때문에 ‘깊은 생각’이 요구되는 논리적이고 추상적인 개념보다, 감정적이고 구체적이면서도 간단명료한 소재들이 선호되고, 또 실제로 더 잘 전달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텔레비전의 속성이 ‘무엇이든 편하고 쉽게, 어렵고 피곤하게 따질 필요가 없다’는 세속논리-에 잘 부합된다는 사실이다.
② 극적인 재미
단순하고 간단한 것을 선호하는 텔레비전의 매체특성은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내용과 형식들을 추구하게 하고, 그 결과 ‘오락성’이라는 텔레비전의 이데올로기가 나타난다. 이같은 제작 철학은 텔레비전으로 하여금 교육보다는 오락에, 지식보다는 단순정보에, 정신적 즐거움보다는 말초적 재미에 편중하게 된다. 이러한 텔레비전의 오락성 추구는 재미없는 뉴스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불경기’란 추상적이고 재미없는 뉴스를 90초 안에 효과적으로 흥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자리를 잃고 극심한 경제적 곤란에 빠진 한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이 처한 어려움을 상징하는 가장 극적인 장면을 화면에 담고, 그것을 배경으로 불경기에 대한 가장 극적이고 흥미있는 논평을 만드는 것이다. 뉴스를 보도하는 일 자체가 보도하고 싶은 내용을 ‘흥미있는 애기’로 대신해 줄 사람을 찾는 일과 그것을 ‘극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대체되고 있는 셈이다.
③ 스타 탄생
텔레비전에서는 다른 인쇄매체나 음성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물(人物)의 실재성(實在性)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그 가운데 특히 두드러진 실재감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사람의 얼굴이다. 특히 표정으로 표출되는 사람의 갖가지 감정은 거의 완벽한 실감을 자아낸다. 중요한 것은 텔레비전에 있어서 이같은 ‘얼굴의 강조’가 두가지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유사 친근감’의 형성이고, 다른 하나는 그로 인해 파생되는 ‘스타 혹은 명사에 대한 동경심’이다. 즉, 호감이 가는 어떤 인물에 대한 노출이 반복될수록 ‘친근감’은 비례해서 커지게 되는데, 이러한 친근감은 쉽게 ‘신뢰감’으로, ‘신뢰감’은 그 사람에 대해 우월성이나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숭배 의식’으로 발전한다. 텔레비전으로 인해 조성되는 이러한 동경심이나 숭배 의식이 앞서 논의된 대중사회의 ‘명사 추종 현상’으로 연결됨은 물론이다.
(‘현대문화와 텔레비전이라는 굴레’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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