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車 `세계대전`
지난달 30일, 현대차 마북연구소.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주도하는 이 연구소 연구원들에게 독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독일 수소 관련 산업 지원을 전담하는 국가 기구인 NOW가 2023년까지 독일 전역에 수소충전소 400개를 설치하는 내용의 프로젝트 구상을 알려온 것이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향후 4년간 수소충전소 100개를 만들고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400개를 설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독일 고속도로엔 90㎞마다 수소충전소가 들어서게 된다는 게 NOW 측 설명이다. NOW는 이 계획과는 별도로 2조원 규모의 자체 예산을 가지고 50개 이상의 수소충전소 설립계획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수소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계획이 전해진 것과 거의 비슷한 시각에 일본에서도 대형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지요다화공건설이 무려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2015년 대형 수소연료 공급기지를 가와사키시에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2015년까지 도쿄와 오사카ㆍ후쿠오카 등 주요 거점 지역에 100개의 수소충전소 설립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도요타와 혼다는 2015년부터 일반 소비자용 수소차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9월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2023년까지 수소충전소 건설을 위해 매해 2000만달러 예산을 배정한다는 내용의 수소차 보급촉진 법안을 통과시켰다. 캘리포니아주는 2015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개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같은 달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 차량에 대한 보조금 계획에 사상 처음으로 수소차를 포함시켰다. 상업용 수소차는 대당 50만위안(약 9만2000달러), 개인용 수소차는 대당 20만위안(약 3만3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소차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의도다. 영국은 현대차ㆍ벤츠 등 4개 글로벌 완성차 업체, 8개 수소 관련 기업과 공동으로 2015년부터 상용보급을 시작한다는 내용의 수소차 프로젝트(UK H2 Mobility)를 마련한 상태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수소차 활성화를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수소는 자동차와 발전기 등에 원료로 사용될 경우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만큼 최적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수소차는 전기차와 달리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현재의 내연기관(가솔린ㆍ디젤 등) 자동차와 비슷해 차세대 친환경차 선두주자로 급부상하는 형국이다.
2025년 전 세계 수소차 시장은 59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수소 관련 산업으로 파생되는 고용창출 효과와 생산유발 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 시장이 각국의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소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선진국 정부가 수소 산업을 전담하는 별도 기구를 설치해 공격적인 지원에 나선 것과 달리 한국은 전담 컨트롤타워 없이 산업통상자원부ㆍ환경부ㆍ국토교통부 등이 각기 따로 움직이고 있어 수소 산업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준범 울산대 교수는 "조만간 석유자원이 고갈되는 데다 탄소배출 0% 등 친환경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는 만큼 수소 산업 활성화 성공 여부가 향후 각 국가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수소 관련 전담기구가 전무한 상황이라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수소 관련 산업을 진두지휘할 한국수소산업협회가 다음달 출범하지만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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