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a

ㆍ작성자	sapali
ㆍ작성일	2013-10-08 17:35
ㆍ분 류	경주

ㆍ추천: 0 ㆍ조회: 7

ㆍIP: 182.xxx.26

가족의 뿌리 - 사천철공소
http://classiclove.net/gg/?no=308

라도년

http://media.daum.net/netizen/mycomment?rMode=otherMy&allComment=T&userId=M3u.cfUeFwY0&daumName=%EB%8B%A8%EB%B9%84sweetrain

좋은 일본인을 만나서

철공소일을 하게 되고 친구 천석이를 찾아 수소문 하게 됩니다..

1980년대 이후 세계화, 개방화 바람이 불면서 우리나라 상공업체 대부분이 상호를 글로벌화하는 붐이 일었다. 지금도 외국어 내지는 국적불명의 이름을 기업명이나 상호명으로 하는 추세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런 세태와는 달리 유독 우리의 이름을 고집하는 소기업 대표가 있다. 창업시 선친이 명명했던 상호를 그대로 지켜가고 있는 사천시 사천읍 정의리에 소재한 사천철공소 김성수(50) 사장. ‘철공소’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철’과 관련된 제품을 선친(김재운·86년 작고)에 이어 2대째 생산하고 있다.
　선친이 일본에 건너가 항공부품 가공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배운 엔진제작 기술이 사천철공소 창업 모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선친은 기술이 뛰어나 일본인도 하기 어려운 공장장 직함까지 맡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해방이 되자 선친은 고향인 사천시 용현면 종포마을로 돌아왔다. 해방이후 갈등과 대립, 곧이어 터진 6·25 전쟁 등 혼란기를 겪은 후 1954년 선친은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사천읍 수석리에 ‘사천철공소’라는 이름을 내걸고 ‘육상용 엔진’ 제작을 주 생산품으로 한 가공공장을 창업했다. 선친에게 상공부에서 오토바이를 만들 것을 제의했는가 하면, 대동그룹 창업주인 김삼만 회장도 같이 일을 하자고 제의할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선친은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러한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부품가공 기술을 가진 기술자들이 거의 없었던 시대였던 관계로 사천철공소는 비약적인 성장기를 맞는다. 60년대에는 주물공장까지 증축하고, 직원도 10여명이 넘을 정도로 사천에서는 큰 공장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60년대 후반 대동공업에서 경운기가 생산되면서 탈곡용 육상엔진이 주생산품이었던 사천철공소는 사양길을 걷는다. 70년대 들어서 공장 경영은 더욱 악화되자, 선친은 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신제품 개발에 착수, ‘해상용 엔진과 해상용 클러치’ 개발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수요가 많지 않았던 관계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당시 큰형님(김치수·82년 작고)과 함께 공장을 운영했으나 굉장히 어려웠던 것 같다”고 김 사장은 회고했다. 그런 와중에도 선친은 “너는 내가 만든 제품을 고쳐만 주면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며 김 사장에게 대를 이을 것을 강요할 정도로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김 사장이 선친을 대를 이어 사천철공소를 맡게 된 계기는 어찌 보면 숙명이었던 것 같다. 김 사장이 사천중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 진주기계공고에 입학하면서부터 기술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이었다. 1980년 2월 진주기계공고를 졸업하고, 경북 구미에서 취업을 하고 있을 때 선친은 계속 대를 이을 강요했다고 한다. 6형제 중 첫째과 다섯째인 김 사장이 대를 이어 함께 사천철공소를 운영해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아버지의 말씀을 어기는 것이 불효인 줄은 알지만 사양길로 접어드는 철공소를 계속 이어간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 불투명성 등으로 내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 사장은 선친의 뜻을 받들기로 결심했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미래도 어두웠지만 선친이 창업하고, 평생을 바친 철공소를 그대로 영원히 사라지게 할 수 없었다. 김 사장은 자신이 선친의 뒤를 이어 사천철공소를 맡기 위해 경북 구미에서 사천으로 내려 온 날을 30년이 지난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1980년 4월 30일 경북 구미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날 5월 1일 사천에 내려왔다”고 말하는 김 사장은 그때의 결정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한다. 김 사장이 이같은 결정을 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김 사장이 맡았을 당시 사천철공소는 60년대 번창했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선친과 함께 공장을 꾸려나가는 것만도 해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선친이 개발했던 해상용 엔진과 해상용 클러치 수요도 거의 없어, 생계 유지도 어려웠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업종 변경을 구상했다. 90년대 들어 생산품목을 수요가 많은 철구조물과 새시 제작 등으로 전환했다. 그러던 중 김 사장에게 더 큰 위기가 찾아 왔다. 1997년 4월 공장을 현재 위치인 정의리로 이전하면서 많은 돈이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IMF가 터져 거의 폐업 위기까지 갔다고 한다.

그렇지만 선친이 물려준 사천철공소를 자신의 대에서는 없앨 수 없었다. 그래서 닥치는대로 일감을 찾아 일을 했다. 오로지 성실과 신뢰로 위기를 넘겼다. 선친의 손재주도 물려 받은 탓인지 김 사장이 만든 제품에 대한 호평도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08년 설계도 없이 김 사장이 직접 만든 국산 1호 항공기 ‘부활’의 모형은 역작으로 꼽힌다. ‘부활’ 모형은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김 사장은 꿈이 있다고 한다. 과거 60년대 번창했던 명성을 다시 찾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화 추세에 따라 ‘철공소’라는 상호명이 거의 사라지는 추세인데도 김 사장은 선친이 물려준 ‘사천철공소’라는 이름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남들은 사용하기 꺼리는 상호명이지만 김 사장은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자신의 꿈을 ‘사천철공소’가 실현해 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기업 이름이 세계화된다고 그 기업이 세계기업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고 김 사장은 말한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질 높은 제품 생산과 성실성, 신뢰, 시대변화를 읽는 능력 등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지 결코 기업 이름이 아니다’라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30여년전만 하더라도 ‘○○철공소’라는 상호를 가지고 있는 공장이 많았으나 지금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하는 김 사장은 옛 이름들이 사라지는 세태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김 사장은 ‘사천철공소’라는 이름만은 고집하고 있으며, 영원히 존재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설명= 김성수 사장이 철구조물을 용접, 제작하고 있다.
　아래사진= 고(故) 김재운씨가 사천철공소를 창업한 후 생산한 육상용 엔진 앞에 앉아 있다. 초가 입구에 ‘사천철공사’라는 작은 간판이 희미하게 보인다.